[란코프] 북 협박에 관심 없는 남한 시민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6.04.07

며칠 전 북한은 미국에 대한 선제 핵 타격을 할 수 있다고 위협했습니다. 이것은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지난 한 달 동안, 북한 언론은 이와 같은 위협과 협박을 매주 몇 번씩 반복하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공개 사과가 없다면 청와대를 타격하겠다고 한 적도 있고, 미 대륙 본토를 향해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겠다는 위협도 있었습니다.

북한이 이와 같은 위협을 가하는 기본 목적은 한국과 미국 사회에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 흥미로운 것은 한국도, 미국도, 국제사회도 이와 같은 위협을 듣는 둥 마는 둥 관심을 두지 않고 있습니다. 서울에서는 청와대 타격 위협이던, 핵무기 타격 위협이던 별로 언론의 관심을 끌지 못했습니다. 남한 언론은 북한에 대해서 별 관심이 없고 이러한 강도 높은 위협보다는 북한 지도부의 내부 갈등과 문제점에 대해서 더 많이 다루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의 분위기도 비슷합니다. 2013년 핵실험 후 북한이 시끄럽게 위협을 하기 시작했을 때 남한 사람들은 관심이 없었지만 세계 언론에서는 관련 보도가 많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뭇 다릅니다. 국제사회도 관심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이 현실적으로 정말 이러한 위협을 실행할 능력도, 의지도 없다는 것을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서 남한 사람들의 북한에 대한 생각을 고려해보면 지난 15년에서 20년 동안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90년대 북한이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며 위협했을 때 서울 사람들은 많은 신경을 쓰기 시작했고 가게에서 통조림이나 물, 기본 약품 등을 사서 비축하기도 했습니다. 2000년대 들어와서는 서울 불바다 소리가 들려왔을 때도 시민들은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남한 언론들은 첫 페이지에서 중요한 소식으로 보도하였습니다. 2010년대 들어와서는 언론마저도 북한의 이러한 위협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입니다.

남한사람들의 이와 같은 북한에 대한 의식변화는 그리 바람직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세월이 갈수록 남한 사람들은 북한에 대한 관심이 엷어지고 있습니다. 1970-80년대 북한은 무서운 나라로 보이기도 하고, 통일의 대상으로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같은 민족이기 때문에 조만간 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남한 사람들은 여전히 통일에 대한 교육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은 통일 자체를 부정하거나 반대하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남한에서는 국민들의 통일에 대한 열망이 많이 식어 갔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특히 남한 청년들 가운데 더욱 심합니다.

서울의 20대 학생들에게 북한이란 나라는 관심의 대상이 아닙니다. 학생들은 유치원 때부터 받아 온 교육 때문에 통일이 좋은 것이라고 생각은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통일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의식이 별로 없습니다. 동시에 그들은 북한을 안보에 대한 위협으로 생각하고 있긴 하지만 북한의 위협과 협박이 생사를 결정하는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북한이 선제 타격 운운하며 강도 높은 협박을 가할 때도 친구끼리 맛있는 커피를 마시면서 대중음악을 즐기고 축구경기 아니면 남한 총선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북한에 대한 이러한 무관심이 바람직스러운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이것은 피할 수 없는 2010년대 남한 사람들, 특히 젊은이들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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