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신흥부자와 북한의 변화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6.07.14

한국과 미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북한의 변화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은 북한의 신흥 부자, 즉 돈주들이 조만간 김씨일가 정권에 도전하는 혁명을 이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논리를 이해하기 어렵지 않습니다. 북한은 여전히 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절대 군주가 통치하는 국가입니다. 김씨 일가는 현재 북한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왕조입니다. 그리고 고급 간부들도 자신들의 자녀들과 함께 옛날 시대 양반이나 귀족 계급과 매우 비슷합니다. ‘조선시대’에 농민이나 노비의 아들이면 평생 노비로 남아 있을 확률이 높고, 관리가 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았지만 매우 낮았습니다.

북한도 비슷합니다. 농민이나 광부나 일반노동자의 아들이 하급간부라도 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조선시대 농민들도, 김씨일가의 지배하에 있는 농민들도 대부분 이것을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장마당에서 사업을 하는 사람들, 즉 부르주아 계층은 신분차별에 대한 불만이 많아졌고 나중에 혁명세력으로 등장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에서 발생한 부르주아 혁명의 기본 내용은 무엇일까요? 바로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봉건주의 시대 양반과 귀족들에 도전하고 그들을 타도한 혁명입니다.

많은 사람들은 북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그럴 수도 있겠지만 북한 신흥부자들의 상황을 보면 그들이 민중혁명을 지지하지 않을 이유도 있습니다. 돈주들을 비롯한 북한 장사꾼들의 약점은 김씨일가를 비롯한 최고위 간부들과 아주 가까운 관계라는 것입니다. 그들은 현재의 북한 정치체제가 아니라면 사실상 돈을 잘 벌 수 없습니다. 그들은 정상적인 시장경제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며 그들이 가진 기술과 경험은 그저 북한 간부들에게 뇌물을 주고 북한의 왜곡된 경제체제를 이용해서 돈을 번 경험뿐입니다.

물론 그들은 가능할 때마다 간부계층과 가까운 관계를 맺으려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돈주집 딸이면 거의 확실히 당 간부나 간부급 보위원 아들과 결혼시킬 수 있습니다. 돈주들은 아들을 부모처럼 평생 위험하고 어려운 장사를 하는 것보다는 안정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간부로 만들기 위해서 뇌물을 잘 주고 좋은 대학교에 입학시킵니다.

구소련의 역사를 돌이켜보면 북한 돈주들의 미래를 볼 수 있습니다. 1980년대 말 소련이 무너진 다음에 러시아는 시장 경제가, 즉 자본주의 사회가 되어 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러시아의 최고 부자들 가운데에는 소련 시대 장마당 돈주 출신들이 별로 없습니다. 그들은 새로운 체제와 경제상황에서 힘을 발휘할 경험이 없기 때문에 성공하지 못하였습니다. 사실상 지금 러시아에서 돈이 많은 자본가 대부분은 소련시대의 젊은 간부 출신이거나 장마당과 별 상관이 없었던 지식인들이나 사무원 출신들입니다. 북한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북한 돈주들은 유감스럽게도 이런 사실을 모를 수도 있지만 그들은 어 정도 그런 상황이 닥쳐올 것이란 느낌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특히, 북한의 경우 체제붕괴가 남한에 의한 흡수통일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의 공포가 더 심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자발적인 민주화 운동이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그러나 그 운동은 북한의 신흥 부르주아(돈주) 계층이 아닌 전혀 다른 사회계층에 의해서 이루어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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