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농업개혁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7.07.20

올해의 북한 수확량에 대한 최초 추정치가 얼마 전 알려졌습니다. 물론 이 추정치는 북한 당국자들에게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수확될 곡식의 양을 정치 목적에 따라서 과소평가 할 수도 있고 과장해서 보도할 수도 있습니다.그러나 위성사진과 과학적인 추산방법을 사용하는 국제기구의 추정은 믿을 수 있습니다. 이 추정을 보면 북한은 올해도 아주 좋은 수확을 거둘 것으로 보입니다. 올해의 수확량 추정은 520만톤 정도입니다.

지난 몇 년 동안 북한의 식량상황이 많이 좋아진 이유는 농업개혁입니다. 포전담당제로 알려진 북한 농업개혁은 1970년대 말 중국에서 실시한 개혁과 똑같습니다. 물론 북한 선전 일꾼들은 외국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절대 인정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말조차 할 수 없지만 중국의 개혁 자체는 매우 좋은 전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중국은 농업개혁을 시작한 지 7-8년이 지났을 때 수확이 1.4배 정도 늘어났습니다.

포전담당제에서는 같은 가족들이나 이웃 사람들로 구성된 분조는 오랫동안 같은 밭에서 일하고, 분배나 배급을 받는 것보다 수확의 일부를 국가에 바치고 나머지 수확을 마음대로 쓸 수 있습니다. 이것은 말로는 사회주의이지만, 사실상 자본주의입니다.

포전담당제의 시작은 매우 좋은 소식이지만, 문제점이 없지 않습니다. 제일 큰 문제점은 농민들이 그들이 맡은 밭을 얼마 동안 경작할 수 있을지 잘 모릅니다. 중국은 원래 농업개혁을 시작했을 때 북한처럼 아무 구체적인 약속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1982-83년 경에 농민들은 담당하는 밭에서 적어도 7년 동안 일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1990년대 들어와서는 같은 밭에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기간은 7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되었습니다.

이것이 왜 중요한지 알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농민들은 밭에서 너무 열심히 일하고 땅을 잘 관리하고, 비료를 많이 쓰더라도 국가가 땅을 소유하기 때문에 언제건 그 밭을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밭을 대를 이어 앞으로 오랫동안 좋은 수확이 나오도록 할 용의가 있지만 망설이게 됩니다. 왜냐면 언제든지 그 밭을 국가가 도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농민들이 같은 밭을 오랫동안 변함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시간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일할 것입니다. 결국은 수확이 지속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농민들이 쌀을 비롯한 곡식과 다양한 식량을 자유롭게 장마당에서 팔 수 있어야 경제가 성장할 수 있습니다. 지금 북한에는 사실상 판매의 자유가 있지만 곡식 판매를 금지하는 규칙을 비롯한 여러가지 제한들이 형식적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때문에 농민들은 아무래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포전담당제 덕분에 이뤄 낸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포전담당제의 효과성을 개선하면 좋겠습니다. 그렇긴 하지만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농업개혁의 기본노선은 올바른 노선이라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들이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방법은 사상교육도 노력동원도 아닙니다. 유일한 방법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일하지 않는 사람보다 더 잘 살 수 있는 합리적인 제도의 도입입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