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관광을 꺼리는 이유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3.10.31

요즘 북한 정권은 외국인 관광객 유치에 관심이 많습니다. 평양시내에서 가끔 외국인 관광객들을 태우고 있는 버스나 승용차를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평양시내에서 외국인들을 많이 봤다고 자주 이야기합니다. 그들이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다른 나라의 관광산업 실정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1년에 북한을 방문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25만명 정도입니다. 그들 가운데 중국 사람들이 95%정도에 달하고 서양 국가와 러시아에서 온 관광객들을 다 합쳐도 1만 명에 불과합니다. 다른 나라에 비하면 참으로 미미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관광객들이 북한으로 가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 부분에서 중국사람과 서양사람은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에 가는 중국사람 대부분은 만주로 알려진 또는 알려졌던 동북3성 출신들입니다. 지금 중국사회가 많이 좋아지고 있습니다. 중국사람들의 소득 또한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돈 많은 사람들은 태국이나 독일과 같은 유럽이나 동남아 국가로 여행을 갑니다.

그러나 동북 3성에는 이처럼 돈 많은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돈이 조금 생긴 사람들이 비싼 여행을 떠날 수 없기 때문에 북한 여행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는 북한도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으나 갈 수 없었던 외국입니다.

서양 사람들은 아주 다릅니다. 동북3성 주민들과 달리 서양사람들에게는 북한이 여행하기 참 부담스러운 곳입니다. 4박 5일 여행에 1,000~1,400유로가 들어갑니다. 잘 사는 나라에서도 이것은 쉽게 쓸 수 있는 돈이 아닙니다.

서양 사람들 중 북한관광을 하기로 결정한 이유는 북한 정치체제에 대한 관심 때문입니다. 그들 가운데 극소수는 북한 체제에 대한 호기심과 공감을 갖고 있지만 절대다수의 서양인들은 북한 정치, 사회체제를 매우 비판적으로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북한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는 스탈린식 공산당 독재국가이며 세계에서 제일 참혹한 독재국가입니다. 해외언론이 북한을 묘사하는 바로 그대로 믿고 있습니다.

당연히 서양의 관광객들은 북한에 가서 이러한 비판들이 사실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외국인관광객들을 감시통제하기 위해 여러가지 조치를 취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생각도 할 수 없는 통제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관광객들은 호텔에서 자유롭게 나갈 수도 없고, 사진을 찍을 수도 없고 장마당이나 잘 못사는 동네를 들어갈 수도 없습니다. 안내원들이 계속 감시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구경할 수 있는 명승지도 정치성이 높습니다. 김일성 동상, 김일성 아들인 김정일 동상, 김일성이 만든 주체사상을 찬양하는 주체사상탑, 김일성 활동을 찬양하는 개선문 등을 구경하면서 김일성, 김정일의 위대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들은 놀랍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와 같은 사상교육도, 이와 같은 엄격한 감시도 독재국가의 특성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비싼 값을 치르고 독재국가를 둘러보고 웃음거리에 불과한 정치선전을 듣고 싶어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세계적으로도 외국인 여행자가 가장 적은 나라가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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