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삐라보다 무서운 개성공단

북한 당국이 개성 공단의 폐쇄까지 거론하고 나섰습니다. 남한 민간 단체들이 이북으로 보낸 삐라 보내기를 중지하지 않으면, 개성 공단의 문을 닫겠다는 겁니다.

그러나 이런 북한의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면이 있습니다.

우선, 삐라 살포는 2007년부터 시작됐습니다. 최근까지 북측은 남한 민간단체들의 삐라 살포를 심각한 문제로 여기지 않았습니다. 또 삐라 자체도 북한 정권을 위협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됩니다. 북으로 보내지는 삐라의 내용은 모두 사실이긴 하지만, 고립된 사회에서 자라난 북한 주민들은 이 사실을 쉽게 믿을 수 없을 껍니다. 설사 주민들이 삐라의 내용을 믿는다고 하더라도 삐라 때문에 북한 국내 정치가 흔들릴 정도는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보면 북한 측은 개성공단을 통해 적지 않은 돈을 벌고 있습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개성을 통해서 매년마다 3천 5백만 달러의 외화 수입을 얻습니다. 남한 측도 손실이 있겠지만, 북한 경제 규모의 50배나 되는 남측의 경제가 이 정도 손실로 흔들리진 않습니다. 반대로 북한의 입장에선, 개성공단은 무시할 수 없는 주요한 외화 벌이 사업입니다.

결국, 개성 공단 폐쇄를 고려하고 있는 북한의 속내는 따로있다는 얘깁니다. 그렇다면 북한 당국자들이 속마음은 뭘까요? 북한 당국자들이 문제로 보는 것은 삐라가 아니라, 개성공단 자체라고 생각됩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노동자들은 3만 3천명입니다. 남한 기술자, 경영자들도 거의 2000 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1945년, 반도의 분단 이래 이렇게 많은 남과 북의 사람들이 함께 일한 적이 없습니다. 그들은 같이 생산을 하고 남과 북의 경제를 성장시킵니다.

상당히 이상적이고 미래의 통일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형태의 작업장입니다. 그러나 북한 당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좋지 않습니다. 그들에게 제일 중요한 목표는 서민들의 생활 수준도 나라 경제 발전도 아닌, 자신의 특권의 기반인 체제 유지입니다.

개성공단은 김정일 체제를 위협합니다.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근로자들은 함께 일하는 남한 사람들을 보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남한 사회의 진실을 알아 갑니다.

그들은 이곳에서 남한이 북한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라는 것, 또, 이남에서 김정일에 대한 큰 관심이 없다는 것, 북한 체제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도 감으로 알아갑니다. 그러나 이런 주민들의 깨달음과 자각은 북한 체제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그 때문에 북한 당국자들은 개성공단을 문제로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은 남한 정부가 어쩌지 못하는 문제를 걸고 넘어가면서 개성공단 폐쇄를 운운하고 있는 겁니다.

앞으로 이 문제가 어떤 방향으로 풀릴지 짐작할 수 없지만, 만약 공단이 폐쇄된다면 북한 경제는 심각한 손실을 입게될 껍니다. 그러나 체제 유지를 최고 목표로 여기는 북한의 간부들에겐 이런 손실쯤은 아무것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