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북한이 다시 한번 핵실험을 감행한 것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북한 지도부는 핵무기를 체제유지 및 권력유지의 기본 조건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북한은 앞으로도 핵무기 개발에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을 보면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띕니다. 우선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것은 바로 2016년 1월 초순에 핵실험을 실시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무엇이 이상한 걸까요? 기본적으로 보면 이번 핵실험이 북한의 외교에 심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외교노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는 이번 핵실험은 사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피할 수 있었던 일입니다.
작년에 북한 외교관들은 외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서 많이 노력했고 적지 않은 성과를 이룩했다고 생각됩니다. 그들은 2년동안이나 긴장상태에 있던 북-중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했을 뿐 아니라 동남아, 유럽, 호주까지 관계 개선을 위해 많이 노력하였습니다. 그 때문에 북한은 해외에서 보다 더 많은 경제 지원 및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처럼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핵실험으로 인해 이와 같은 외교적 성과는 하루아침에 사라져 버렸습니다. 북한 사람들이 이 사실을 잘 이해하고 있을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세계에서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환영하는 나라는 하나도 없습니다. 지금 미국이나 일본뿐만 아니라 러시아와 중국 정부의 반응을 보면 북한을 매우 위험한 나라나 비합리적인 나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유엔 안보리를 통해서 보다 더 엄격한 제재안을 통과시키는 한편 중국을 비롯한 이웃 나라들이 북한과의 무역을 줄이고 압력을 가하기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물론 북한입장에서는 이러한 경제적인 어려움은 군사력 강화를 위해서 치러야 하는 대가라고 주장할 수도 있지만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별로 없습니다. 이와 같은 부작용과 어려움을 충분히 피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차라리 북한 최고 지도부가 작년에 외교관들에게 대외관계 개선을 위해서 노력하지 말고 곧 있을 핵실험까지 기다리라고 했더라면 중국이던 러시아던 유럽이던 이번 북한 핵실험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덜 했을 것입니다. 차라리 북한 지도부가 핵실험을 강행한 다음 얼마 동안 기다리다가 외국과의 관계 개선을 시도했다면 후과를 피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보다 더 나은 외교교섭의 결과를 얻었을 것입니다.
더 이상한 것은 김정은 시대 북한은 같은 실수를 벌써 여러 번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2012년 2월에 북한은 미국과 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이 계약의 기본 내용은 북한이 핵실험이나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을 하지 않을 조건 하에 미국에서 24만 톤의 곡식을 공짜로 받는다는 내용입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 계약을 체결하자마자 인공위성으로 위장한 장거리미사일 발사를 선언했습니다. 결국 이 계약은 무효가 되었습니다.
이것도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위기였습니다. 2012년에 북한이 미국과의 회담을 조금 미루어서 장거리 미사일 발사 후에 시작했더라면 미사일 발사도 하고 공짜 식량을 받을 가능성도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북한이 이와 같은 실수를 반복해서 저지르는 이유를 알 수는 없지만 기본적으로는 김정은 시대의 북한에서는 외교와 군사력개발을 병행하면서 조정하는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느낌이 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