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 주민들의 남한사람 따라하기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7-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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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나오는 보도를 보면 돈주와 간부들이 집을 새로 만들고, 아파트나 집을 고칠 때 새로운 유행이 생겼습니다. 그들은 남조선 연속극에서 나오는 것처럼 집을 만들고 싶어한다고 합니다. 그들은 수만 위안 정도의 큰 돈을 쓰고 남한 영화나 연속극에서 볼 수 있는 남한 주택의 실내 모습과 매우 비슷하게 집을 꾸밉니다.

이것은 아주 중요한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 북한에서는 집을 꾸밀때 구소련의 집들을 본따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러시아 사람이니까 북한 실내 구조, 가구, 장식품 등을 보면 러시아의 영향이 큰 것을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 사실을 모를 수도 있지만, 저와 같은 사람은 이를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에 북한 사회에서 돈과 힘이 많은 사람들이 모방하려는 것은 중국이나 남한에 있다는 것입니다. 북한에서 잘 사는 사람들이나 젊은 사람들은 부드러운 남조선 말까지 쓰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정치적인 것이 아니지만, 북한의 미래를 어느 정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제가 1963년에 소련에서 태어난 러시아 사람입니다. 제가 젊었을 때 구소련 사람 대부분은 소련 체제나 공산당 정치에 대해서 의심과 불만이 많았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소비생활은 무조건 미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세계의 소비생활을 모방했습니다. 돈이 있는 사람이면 미국 담배를 피우고, 일본 녹음기를 자랑스럽게 휴대했고, 미국 청바지나 프랑스 양복을 입었습니다. 물론 우리 가족처럼 잘 못사는 집이면 이 만큼 비싼 소비품을 살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외국물품과 약간 비슷한 소련 국산 소비품을 보유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인기 있는 국산 상품도 수입품을 흉내낸 것이었습니다.

요즘 북한에서도 매우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얼마 전부터 ‘초콜릿 단설기’라는 과자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이것은 남한에서 인기가 많고 개성공단이나 중국을 통해서 북한으로 흘러간 남조선산 초코파이라는 과자의 복제품일 뿐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 국내에서 만든 옷을 보면 압도적으로 훔쳐 보는 남한 영화나 연속극에서 본 옷을 본따서 재봉됩니다.

이와 같은 경향이 시작된 배경은 간단합니다. 북한 주민들에게 수준이 높은 소비 생활을 상징하는 것은 남한이나 자본주의 국가로 탈바꿈한 중국입니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경향이 제일 심한 사회 계층은 평범한 사람들보다 간부나 돈주와 같은 특권 계층입니다.

그러나 소련을 비롯한 사회주의 진영의 운명을 결정한 것은 어려운 소비생활 문제와 생활수준 문제였습니다. 사회주의 혁명 이후에 이들 국가에서 공산당은 멀지 않은 미래에 인민 누구든지 물질적으로 잘 사는 사회를 건설하겠다고 했습니다. 1960년대 김일성은 북한 주민들이 이밥에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살 수 있게 하겠다고 약속했는데 기타 공산당 국가 지도자들은 매우 비슷한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러나 세월이 갈수록 이들 국가 인민들이 공산당 지도자들이 이러한 약속을 지키지 못할 것이란 점을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이 이렇게 생각하게된 이유는 많았습니다. 외국 방송도 중요했고 외국잡지나 책도 있었고 해외로 가 본 사람들의 이야기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제일 중요한 것은 해외에서 나오는 소비품입니다. 수입 소비품의 품질만 보면 체제에 대한 실망을 느낄 수밖에 없었습니다. 소련과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 인민들이 서양국가의 소비생활을 모범으로 보기 시작하자 소련식 국가사회주의의 운명이 결정되었습니다. 북한에서도 지금 매우 비슷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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