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한계에 봉착한 북-러 무역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7.04.06

2015년 봄에 러시아와 북조선의 고위급 대표단이 만났을 때 러시아 원동(극동지역)발전상은 러시아와 북한의 무역량을 2020년까지 1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당시 북-러의 무역 규모는 1억 1000만 달러에 불과했기 때문에 이것은 10배증가를 의미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전에 러시아 정부는 북-러 무역량에 대한 통계를 발표했습니다. 2020년에 무역량 10억 달러 수준을 달성하려면 지금 적어도 4억 달러 정도로 급증해야 합니다. 하지만 급증도 없었고 그냥 증가도 없었고 급감이었습니다. 작년에 북한과 러시아의 무역규모는 7000만 달러에 불과했습니다. 바꾸어 말해서 북한이 러시아와 무역을 하는 규모가 중국과 북한의 무역 규모보다 거의 100분의 1 수준입니다.

이것은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2014-15년에 러시아와 북한 외교관들이 무역량 급증 이야기를 했을 때에도 전문가들은 그들의 주장에 대해 솔직히 말하면 웃기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이 러시아와의 무역을 많이 하는 조건은 하나밖에 없습니다. 그 유일한 조건은 러시아정부가 북한과의 무역에 대해 돈으로 지원하는 것입니다. 바꾸어 말해서 순수한 무역이 아니라 무역으로 위장한 원조만 가능하다는 말입니다.

기본 이유는 간단합니다.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물건은 러시아에서 아무 수요가 없습니다. 북한은 주로 광산물을 수출하는 나라인데 러시아는 세계에서 광물과 다양한 지하 자원의 최고 수출국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지하 자원이 풍부한 러시아는 북한에서 석탄이나 철광석을 수입할 필요가 아예 없습니다. 그래서 북한이 수출할 수 있는 물품은 수산물입니다. 그러나 러시아 사람들은 수산물을 많이 먹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에서의 수산물 생산도 규모가 큽니다.

러시아가 북한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노동력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벌써 1940년대 말부터 북한 노동자들은 러시아에서 벌목공이나 건설노동자로 일해 왔습니다. 지금도 러시아에는 북조선 노동자들이 3만 명 정도 있습니다. 그들이 번 돈은 일부라도 북한으로 흘러가므로,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노동력을 빼면, 시장성이 있는 거래 상품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3-4년 전에 러시아와의 무역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을 때 북한측의 희망은 순수한 무역보다 무역으로 위장한 원조였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최근에 러시아의 경제력, 군사력 등이 많이 고조되고, 러시아와 미국간의 대립이 심각해지는 것을 보고 현재의 러시아가 옛날 소련과 비슷한 나라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환상일 뿐입니다. 러시아는 지금 1990년대 경제위기를 잘 극복했고, 잘 사는 나라입니다.  대외전략도 소련시대 전략과 사뭇 다릅니다. 지금 러시아는 구소련 지역에서 패권을 다시 얻을 희망을 갖고 있지만, 세계 어디에서나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들과 경쟁할 의지도 능력도 없습니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구소련 지역이 아니면 무역을 후원할 필요가 없습니다. 물론 북한과의 무역도 예외가 아닙니다. 옛날 소련은 나라의 위신을 위해 공산권 나라들에게 돈을 나눠주었지만, 지금 러시아는 나라의 위신을 이용해 돈을 벌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때문에 경제적인 기반도 없고, 정치적인 지원도 없는 북-러 무역은 다시 활발해지기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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