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대북투자를 가로막는 장애물들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5.07

지난번 우리는 북한 정부가 외국투자를 유치하려 노력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이룩할 수 없는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바로 북한 지도부가 자국의 매력을 과장하고, 외국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중국과 베트남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들과의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이 매력적인 투자대상이 아니라는 점이 유일한 문제는 아닙니다. 보다 더 큰 문제는 북한의 지배계층이 외국투자자들의 내부 논리를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북한 시장에 투자하려는 자본가들의 관심은 오로지 북한에서 돈을 벌기 위한 것임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의 역사를 보면 이와 같은 문제의 원인을 알 수 있습니다. 북한의 70년 역사에서 순수한 경제 원칙에 따른 경제 협력과 무역이 이루어진 적은 많지 않습니다. 북한은 원래 소련, 중국, 남한, 그리고 미국에서까지 지원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지원은 북한의 정책 변화를 위한 보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1960~70년대 소련과 중국은 완충지대로 볼 수 있었던 북한을 지원하기 위해 대북투자를 하였습니다. 그들의 투자는 말만 투자였던, 사실상 투자와 무역으로 위장한 원조였습니다.

이후에도 논리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에 미국이 대북원조를 제공한 이유는 북한이 핵을 더이상 개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정책이었습니다. 2000년대 남한이 실시한 햇볕정책도 경제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고, 순수한 정치적 이유 때문에 가능하였습니다. 소련, 중국, 남한, 미국 등 북한에 투자한 나라들은 모두 투자한 돈을 사실상 잃었습니다. 그들이 투자하면서 이윤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았던 이유는 당시 그들에게 경제적 이득보다 정치적 이득이 더 중요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은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외교적 수단으로써, 북한의 정책변화를 기대하며 대북지원을 하는 나라를 찾기가 쉽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제 북한은 어쩔 수 없이 다른 국가들처럼 일반 투자자들을 유치해야 할 때가 왔습니다. 그러나 개인 자본을 투자하는 자본가들은 정치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이러한 투자자들이 북한에 투자하려는 유일한 이유는 역시 경제적 이득뿐입니다. 베트남이나 중국, 혹은 인도나 방글라데시에서 같은 돈을 투자하여 보다 많은 이득을 얻을 수 있다면, 북한에 대한 투자에는 관심이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북한이 약속을 잘 지키고, 외국인 사업가들이 북한에서 돈을 잘 벌 수 있어야 하고 이 돈을 해외로 자유롭게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합니다.

유감스럽게도 북한 간부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아직도 북한 시장에서 돈을 잘 버는 외국 회사들은 많지 않습니다. 행여 어떠한 회사가 돈을 잘 벌기 시작하더라도 이러한 회사의 대부분은 북한에서 번 돈을 본국으로 보낼 수가 없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은 투자자들이 해외로 돈을 보내는 것 자체를 문제로 봅니다.

보다 더 극단적인 경우도 있습니다. 중국과 중동의 대기업이 겪은 사례가 이런 경우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2012년에 북한에 많은 투자를 한 중국의 서양그룹이란 대기업은 북한에서 번 돈을 중국으로 보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현지에 있던 재산까지 몰수 당하였습니다. 지금도 북한에 많은 투자를 한 중동의 대기업은 돈을 잘 벌고 있지만, 번 돈을 본국으로 보내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북한당국의 너무나도 근시안적인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정부의 이러한 태도에 대해 알게 된 외국사업가들 중 북한에 투자할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이와 같은 북한의 태도는 북한의 경제 협력특구의 성공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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