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정상회담 경험이 없는 김정은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5.14

얼마 전 러시아 정부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전승기념식에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였습니다. 러시아 정부 대변인은 김정은 제1위원장이 국내 문제 때문에 참가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의심스러운 점이 많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이 갑자기 러시아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그가 북한의 최고 지도자가 된 지 3년이 되었지만, 그 동안 외국의 대통령이나 수상과 같은 최고 지도자들과 단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13년, 몽골 대통령이 평양까지 찾아왔을 때도 김정은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국제 외교 예절에 반하는 행동이라고까지 할 수 있습니다. 몽골 대통령은 평양에서 며칠 머무르는 동안에 김정은과 만날 수 없었고, 별다른 성과가 없는 허수아비 지도자인 김영남만을 만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것은 예외적인 행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국가 지도자들은 매월 한두 번 정도 외국의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가집니다. 이는 국제 외교에 있어 표준적인 것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처럼 은둔하는 지도자는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별로 없습니다.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기피하는 것이 그가 외국의 손님들과 아예 만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을 만난 외국인들은 꽤 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북한의 젊은 지도자는 예절이 바르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할 줄 알며, 전혀 긴장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 사람입니다.

이러한 점을 감안한다면 김정은 위원장이 모스크바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은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모스크바에서 5월 9일에 진행된 전승기념식은 규모가 굉장히 큰 외국 정상들의 모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모임에 참가한 고위급 정치인들은 수십 명 정도였습니다. 그들 가운데는 북한의 정치와 그러한 정치체제를 실현시키고 있는 김정은 위원장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김정은은 모스크바에서 여러가지 어려움에 직면하게 됐을 것입니다. 예를 들어 러시아는 북한의 핵 개발을 너무나도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국제 제재에 참여할 뿐만 아니라 북한이 핵을 하루 빨리 포기하기를 요구하는 나라입니다. 김정은은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과 대면할 때, 분명히 이러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을 것입니다.

사실상 이런 것들은 어떻게든 관리할 수 있는 어려움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김정은은 정상회담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이기에 관리에 필요한 경험이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김정은의 입장에서 보면 모스크바로 가지 않기로 한 것은 좋은 결정입니다. 사실 북한 측은 처음부터 김정은이 모스크바에 갈 수도 있다는 암시를 하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이러한 암시 때문에 김정은의 방문을 일찍이 선언했던 러시아 외교는 약간의 타격을 받았습니다.

또한 북한의 지도자는 조만간 정상회담 연습을 할 때가 올 것입니다. 현대 사회에서 이렇게 고립된 생활을 계속할 수 있는 지도자는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일 합리적인 첫걸음은 일대일 정상회담을 하는 것입니다. 관계가 좋은 나라의 지도자와 평양에서 몇 번 정도 만난다면 다자간 정상회담 또한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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