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의 공포정치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5.21

김정은이 북한의 지도자가 된 지 3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북한 국내의 분위기는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에서 조용하게 진행되는 경제개혁에 대한 소식이 들려오고, 경제가 전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보도도 가끔 나오고 있습니다. 동시에 숙청, 공개 처형, 그리고 체포에 대한 소문은 김정일 시대보다 훨씬 더 많아졌습니다.

예를 들어 얼마 전 외국의 언론은 평양에서 돌고 있는 소문을 인용하여 북한의 은하수 관현악단의 몇몇 단원들이 처형되었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거의 동시에 남한의 당국자들은 첩보를 입수하여 올해 초부터 북한에서 다수의 고위 관료가 처형되었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그들 가운데 현영철 인민무력부장도 있다고 합니다.

저는 이러한 주장을 모두 다 믿지는 않습니다. 어느 정도 과장된 내용이 많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김정은 시대의 북한에서는 고위 관료나 장성급 군인 혹은 예술인들이 숙청이나 처형을 당할 가능성이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보다 많이 높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사실상 김일성과 김정일은 비교적 부드러운 정치를 실시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의 통치 아래서 수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거나 정치범 수용소에서 옥사하였지만, 그들과 가까운 지배계층의 사람들은 별다른 문제가 없었습니다.

김일성은 1950년대 말 자신에게 도전할 수 있는 종파를 없애버린 다음부터는 고위 관료들을 너무나도 부드럽게 관리 하였습니다. 김일성 시대의 당 비서나 군대의 장성은 과오를 저지르더라도 지방으로 가거나, 강등을 당할 수 있지만 감옥으로 가지는 않았습니다. 김정일 시대 또한 비슷하였습니다.

김정은 시대는 제일 높은 직업군에 속한 사람이더라도 안전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노동당에서 김정은 뒤로 힘이 가장 셌던 장성택 비서의 운명도, 인민군대에서 힘이 가장 셌던 리영호 차수나 현영철의 운명도 이러한 사실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습니다.

동시에 이러한 테러 정책의 대상이 민중보다는 지배계층이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근거가 있습니다. 서민들에 대한 단속과 탄압은 많이 강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김정은 정권이 이와 같은 공포정치를 실시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2010년까지 전혀 알려지지도 않고, 힘이 별로 없었던 김정은은 북한의 고위 관리들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싶었습니다. 이 메시지는 북한이라는 나라에서는 오로지 김정은만이 정책을 결정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김정은의 희망사항은 그의 성격에 대해 많은 고위 관료들이 공포심을 가져서 김정은에 대해 도전할 생각도 하지 말고, 그의 명령을 그대로 실시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논리는 어느 정도 근거가 있습니다. 하지만 공포정치는 바람직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습니다. 북한의 고위 관리들은 이러한 테러정치 때문에 자신의 신변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면 최고 권력자인 김정은을 공격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들은 지금 비상구가 없게 되었습니다. 도망칠 곳이 없는 위치에 있는 짐승만큼 위험한 짐승은 없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