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김정은, 고립정책 강화 이유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05.22

요즘 북한에서 외국영화를 보는 사람을 강력히 단속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중국과의 국경에서 경비가 매우 강화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난 20여 년 동안 그리 어렵지 않게 탈북할 수 있었던데 비해 지금은 탈북이 정녕 어렵고 위험한 일이 되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김정은이 집권한 이후 나타난 새로운 정책입니다.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이  탈북자들을 그리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남한을 비롯한 해외 영화와 예술작품의 확산에는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면서도 단속을 그다지 심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김정은 시대에 들어서는 외국영화나 문화의 유입에 대한 단속과 통제가 훨씬 엄격해졌습니다.

이유는 김정은의 개인적인 취향과 성격에서 비롯된다고 생각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은 해외에서 살아본 경험도 없었고 외국어도 잘 모르기 때문에 해외 생활이 얼마나 매력적인 것인지 잘 모를 수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김정일 시대, 탈북자들을 심하게 단속하지는 않았습니다.

또한 탈북한 사람들도 대부분은 남한으로 갈 생각은 별로 없었고 중국에서 몇 개월 정도 머물면서 돈을 번 다음 다시 돌아갈 계획이 있었습니다. 김정일의 입장에서 보면 그 사람들이 해외에 나감으로써 현 상황이 좋지 않은 북한경제에 부담도 덜어주고 사실상 외국에서 소규모 외화벌이까지 하는 것입니다. 물론 그렇게 탈북한 사람들은 중국에 있는 동안 남한생활을 쉽게 알아볼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귀국 이후 다른 북한 주민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전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일 입장에서 이것은 그다지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김정은의 입장은 매우 다릅니다. 김정은은 북한 체제의 약점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북한 지도부는 원래 잘 사는 나라를 만드는 방법을 안다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이란 나라를 세운 김일성은 북한 사람들이 결국에는 쌀밥과 고깃국을 먹고 기와집에서 살 수 있다고 약속하였습니다. 21세기에 들어선 지금 쌀밥과 고깃국에 기와집도 그렇게 사치스러운 생활이라고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 지도부는 호언장담에도 불구하고 이 간단한 약속마저 지키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눈부신 경제 성장을 이룩하였습니다. 해방 직후 아시아에서 가난한 나라였던 남한은 지금 일본에 이어서 두 번째 잘사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개인소득을 보면 남한 사람들은 북한 사람들보다 15배나 20배 정도 잘 삽니다.

중국은 남한의 수준보다는 떨어지지만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고 북한보다 훨씬 부자나라가 되었습니다. 러시아는 1990년대 민주혁명 이후 어려운 과도기를 경험했지만 지금 중국과 마찬가지로 세계적으로 제일 빨리 성장하는 나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김정은과 북한 특권계층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사실을 주민들이 알게 되면 절대 안될 것입니다. 북한의 경제적 쇠퇴는 주체경제의 잘못과 북한의 폐쇄적인 정책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줍니다. 주민들이 이 사실을 알게 된다면 체제에 대한 반발과 불신이 많이 생길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너무도 잘 아는 김정은은 고립정책과 주민단속을 강화할 수 밖에 다른 방법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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