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통일 한반도, 북 간부 미래는?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6.18

1990년대 초 공산주의 체제가 갑자기 붕괴되었을 때부터 북한의 지배계층은 공포심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북한의 간부들은 북한에서도 비슷한 위기가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들 대부분은 체제붕괴가 흡수통일을 야기할 때, 북한 간부 출신이라면 평생 동안 차별을 받거나 감옥에 가게 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구소련과 동유럽 국가의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공포가 너무 과장되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북한에서 체제가 무너진다면 고급 간부나 악명이 높은 보위부 일꾼들과 같이 소수 간부들에 대해 처벌은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와 같은 처벌에 대해 반대를 하고 있지만, 객관적으로 볼 때 이러한 처벌이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부정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당 일꾼이나 경제일꾼, 그리고 행정일꾼들은 이러한 사실에 대해 너무 무섭게 생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 이유는 통일이후에도 북한 사회에서 쓸모 있는 경험을 한 사회세력은 간부들이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체제가 바뀔 경우에도 그대로 경제나 행정업무를 할 줄 아는 인재를 필요로 할 것입니다. 흡수통일의 경우에도 해당 업무를 할 줄 아는 사람들은 남쪽으로 이주해오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상 경찰이나 국가 기관, 혹은 기업소의 경영인들은 경험과 교육을 바탕으로 일을 지속할 것입니다. 하지만 북한에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간부들입니다.

뿐만 아니라 간부의 자식들 또한 체제 붕괴 이후 별로 어려운 상황을 맞이하지는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들은 외국어를 잘 하며 컴퓨터도 잘 다룰 수 있는 북한의 젊은이들입니다. 따라서 그들이 좋은 직업을 가질 가능성은 서민 집안의 자녀들보다 훨씬 더 높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해 체제 붕괴 이후 북한 간부들의 생활은 반대로 더 좋아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80년대 소련에서 공산당 간부들이 민주화와 시장화를 많이 반대하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공산주의 붕괴 이후 그들이 더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러시아를 비롯한 구소련 국가들을 보았을 때, 정치력과 경제력을 유지하고 있는 사람들은 소련 시대의 젊은 간부들이나 그들의 2세들이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물론 북한의 서민들은 이와 같은 이야기를 좋아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 가운데는 간부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서민이나 지식인들은 간부들이 수십 년 동안 실시해 온 정책 때문에 나라가 망하고, 특히 1990년대 많은 주민들이 굶어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간부들에 대한 복수심을 불태우는 서민들은 지금도 많고, 앞으로도 더 많아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복수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실망하게 될 것입니다. 체제가 무너진 후에도 노동당 간부들은 구소련의 간부들처럼 원래부터 별로 믿지도 않았던 주체사상을 헌 옷처럼 던져 버리고 새로운 사상과 정치체제를 찬양하며 실권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간부들은 어느 정도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권침해에 대한 책임이 너무도 크기 때문입니다. 많은 사람들, 주민들을 너무나도 잔혹하게 탄압한 사람들은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지도계층 대부분은 미래에 대해 신경을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들은 분단된 한반도에서 잘 살아 왔으며, 통일된 한반도에서도 또한 잘 살 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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