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거짓과 왜곡의 북한역사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6.25

저는 젊었을 때부터 중국과 한국의 역사를 전공해 온 사람입니다. 하지만 제가 1980년대 초 구소련에서 한국의 역사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 제 교수님들은 1950년대 이후 북한에서 출판된 역사 연구책이나 논문을 읽을 필요가 없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교수님들은 해당 책이나 논문에 거짓말이 너무나 많고, 행여 진실이 존재한다 해도 거짓말과 구별되기 어렵기 때문에 이러한 논문이나 책을 읽는 것은 시간낭비와 다를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적어도 이러한 책들은 연구결과가 아닌 다시 연구해 보아야 할 대상으로 봐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30년 전 소련의 교수님들이 하신 말씀은 올바른 말이었습니다. 세계에서 역사에 대한 연구는 정치적인 영향을 많이 받기도 하고 객관적으로 보기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북한만큼 역사왜곡이 심한 나라는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사실상 북한 사람들이 배우는 역사는 압도적으로 왜곡된 것이 많습니다.

그들이 배운 것과 달리 김일성이라는 사람은 1930년대 조선독립운동의 지도자가 결코 아니었습니다. 수많은 애국독립투사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였습니다. 그들이 배우는 조선인민혁명군이라는 조직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배운 김형직의 혁명역사는 100% 거짓입니다. 김형직은 1919년에 3∙1운동을 지도한 사람도 아니었고, 적극적으로 참가했던 사람도 아닙니다.

그들이 배운 해방이야기 또한 거의 다 거짓입니다. 북조선을 해방시킨 세력은 1945년 8월에 한 번도 총대를 맨 적이 없는 김일성 유격대 대원들이 아니라 소련군대의 병사들이었습니다. 물론 그들이 배운 한국전쟁의 역사 또한 너무나도 파렴치한 거짓입니다. 소련과 중국의 자료는 1950년에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층이 남한에 대한 침략을 준비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역사왜곡을 밝히는 것은 사실상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이들 사건에 대한 자료는 세계 사회에 공개된 지 수십 년이 지났습니다. 예를 들어 김일성이 남한 침략을 허락 받기 위해 소련과 중국에 보낸 편지를 비롯한 여러 자료들은 러시아와 중국의 기록보관소에서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북한 정부가 이와 같은 방식으로 대규모 역사왜곡을 하는 이유는 민족주의와 김씨 일가를 우상화 하기 위해서입니다. 북한의 역사학자들은 참된 학자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진실을 발견하려는 사람들이 아니라 지배계층이 시키는 대로 파렴치한 거짓말을 하는 선전일꾼입니다. 그들이 쓴 책에서도 가끔은 진실이 존재할 수 있지만, 대부분은 거짓과 왜곡으로 가득 찬 사이비 역사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미래에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는 북한에 대한 진실된 역사를 쓰는 것입니다. 이러한 역사는 김일성이나 이승만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거나 비판하지 않는, 북한의 과거를 믿을 수 있는 자료들을 토대로 재구성하는 것입니다. 좋은 것과 나쁜 것 모두를 냉정하고 솔직하게 분석하는 역사가 필요합니다. 이러한 역사를 만드는 사람들이 다음 세대의 북한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댓글 달기

아래 양식으로 댓글을 작성해 주십시오. Comments are modera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