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통일은 빠를수록 좋다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07.03

남한에 정착한 북한 이탈 주민들은 남한 사회에서 북한에 대해 관심이 너무 없는 것을 보고 놀랍게 여깁니다. 유감스럽지만 이것이 한국의 현실입니다. 남조선 소식을 많이 접하는 북한 주민들과 달리 남한사람 대부분은 마치 북한이나 북한사람이 없는 듯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각종 여론조사가 잘 보여주는 것과 같이 남한 젊은이들 대부분은 통일은 되어도 그만 안되어도 그만이라는 입장입니다. 북한 언론의 보도를 보면 이남에서 청년들이 통일을 꿈꾸고 통일을 염원하여 시외로 나가 경찰과 싸우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너무나 오래된 옛날 이야기입니다.

그와는 반대로 남한 젊은이들은 오히려 통일이 될 경우에 대해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통일이 된다면 잘사는 남한이 잘 못사는 북한을 도와주기 위해서 막대한 비용을 써야 하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북한언론의 주장과 달리 남한사회에서는 가장 못사는 사람들 조차 기초생활보장제도 때문에 굶어 죽을 공포나 노숙자가 될 공포는 별로 느끼지 못합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장 낮은 소득 수준의 사람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정책입니다. 바꿔 말해서 매일마다 쌀밥 세끼를 먹고 자그마한 집에서 살 수 있는 정도의 생활을 국가가 보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남한 사회에서 기초생활 보장금을 받고 사는 사람들이 많지 않지만 통일이 된다면 북한 사람들은 거의 모두다 기초 생활 보장금을 받아야 살 수 있는 수준입니다. 이것뿐만 아니라 북한 주민들에게도 교육지원, 보건지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통일 이후 남측은 북쪽지역의 도로개발, 발전소 건설 등 엄청난 투자를 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이 남한에 비하면 도로도 없고 발전소도 없고 중화학 공업도 거의 없는 나라입니다. 이러한 이유에서 남한의 많은 젊은이들은 통일을 빨리 하는 것보다 천천히 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입니다.

또한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집단적으로 다른 국가를 만드는 것보다 얼마 동안 체제가 다른 연방제를 실시하는 게 좋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렇게 생각하는 기본적인 이유는 남한에서 세금을 내는 납세자들, 특히 젊은이들의 무거운 통일 비용에 대한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아직까지는 남한에서 통일의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부정하는 정치세력은 없습니다. 보수파이든 진보파이든 다 통일을 최고 목적으로 여겨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젊은 사람들의 사고 방식을 보면 정치세력의 주장과는 다릅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일을 민족의 지상과제로 여기기보다는 통일비용 때문에 새로운 경제난의 시작으로 보는 경향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남한 청년들은 지금은 통일이 늦어질수록 좋다고 말하지만 머지않아서 통일이 되는 것 자체를 반대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것은 참 위험한 생각이라고 여겨집니다. 단기적으로 보면 통일은 남한 경제에 심한 타격을 줄 것은 뻔한 사실입니다. 그러나 수천 년의 한국역사를 보면 이러한 과도기는 비교적 짧은 기간이라고 생각됩니다. 한반도에서 대를 이어 살아갈 사람들의 장기적인 이익을 생각한다면 분단의 영구화는 비극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습니다.

남한 사회의 분위기를 바꾸는 조건하에서 통일은 하루빨리 이루어지면 좋을 것입니다. 통일이 앞으로 20~30년 더 미루어진다면 부자국가인 남한에서 잘 못사는 북한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완전히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한반도의 분단체제가 더욱 굳어지고 있습니다. 지금의 분단고착 체제를 빠른 시일 내에 깨뜨리지 않는다면 통일은 영원히 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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