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러시아· 일본에 접근하는 북한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07.10

김정은 시대 북한의 대외정책을 보면 중요한 경향은 중국의 영향을 막기 위해서 노력한다는 점입니다. 2008년 북한의 제2차 핵실험 이후 남북관계와 북미관계가 하루아침에 무너진 다음에 북한경제는 거의 중국에만 의존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중국이 북한의 무역을 독점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통계에는 약간의 모순이 있지만 북한 무역의 4분의 3 이상이 중국과의 무역입니다. 김정은 정권은 이러한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물론 중국은 한반도에서 남북의 대립 상태가 그대로 유지되고 북한이라는 국가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을 바람직하게 생각합니다. 중국의 전략적인 이익을 감안하면 중국은 남북통일도, 북한체제의 붕괴도 결코 바라지 않을 것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중국은 핵무기 개발을 비롯한 북한 정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대북지원을 중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이 중국에 대해 우려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첫째로 중국은 북한 무역을 거의 독점했기 때문에 북한에 압력을 가할 수 있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둘째로 중국은 북한 국내정치에 간섭할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나라입니다.

북한이라는 나라는 처음 생겼을 때부터 외부지원 없이 살아남을 수 없음을 잘 알았기 때문에 후원국가가 하나가 아니라 몇 개 있으면 된다는 입장이었습니다. 그 후원국가들이   서로 미워하면서 경쟁하는 관계라면 북한의 입장에서는 아주 좋습니다. 그들의 대립과 다툼을 자신의 이익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60, 70년대 중국과 소련이 대립했을 때 북한은 중국도 소련도 지원을 제공하는 후원국가로 이용했습니다. 1990년대에 들어와서 북한은 한국과 중국은 물론 가끔 미국의 지원까지 받아냈습니다. 그러나 2008년 이후에도 대북 지원을 제공하는 나라는 중국뿐입니다.

이 후원국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몇 개월 동안 북한 외교관들은 중국처럼 후원국가로 이용할 수 있는 나라를 찾고 있습니다. 북한은 남한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고 미국은 북한과 관계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조건하에서 북한 외교관들이 관심을 갖는 나라는 러시아와 일본뿐입니다.

한편으로 민족주의(국수주의) 등장으로 인해 동아시아에서 고립된 일본은 북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납치자 문제가 잘 해결된다면 수교까지 가능할 것입니다. 물론 납치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어렵겠지만 양측이 노력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합니다.

러시아는 요즘에 미국을 비롯한 서양 여러 나라들과 우크라이나 문제 때문에 관계가 많이 나빠졌습니다. 이 상황을 좋은 기회로 본 북한정권은 러시아와 관계를 개선하려 노력하기 시작했습니다. 요즘에 러시아 측은 대북투자에 대해서 관심이 많고 이런저런 경제문제 관련 회담을 하는 중입니다.

그러나 러시아도 일본도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을 벗어나게 할 수 있는 후원국가가 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습니다. 일본은 납치자 문제가 완전 해결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라입니다. 그러나 북한의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은 너무도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됩니다.

러시아는 개인회사가 대북투자를 하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러시아 국가차원의 대북지원을 할 의지가 없어 보입니다. 그러나 국가차원의 지원 없이 러-북 경제 협력이 성공하기는 불가능합니다. 그 때문에 북한이 앞으로도 중국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경제협력의 대안국가를 찾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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