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의 ‘부익부 빈익빈’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07.17

최근에 북한에서 나오는 소식을 보면 북한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전해집니다. 북한 주민들은 부동산과 같은 비싼 물건을 사고 팔 때 외화만 쓰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을 미국달러와 같은 외화로 평가하기는 간단합니다. 평양 아파트 가격은 7~8만 달러짜리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지방에서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습니다. 부동산 가격이 이만큼 올라간 것은 북한에서 부자계층 즉 부르주아 같은 세력이 빨리 형성되고 있음을 잘 보여줍니다. 평범한 주민들이 벌 수 있는 수입을 감안하면 8만 달러라는 거액으로 평양에서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극소수뿐입니다.

북한 사람들은 이것이 자본주의가 초래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이 같은 생각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현대 자본주의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물론 힘과 돈이 많은 부자들이 자신의 특권과 경제력을 악용할 수도 있지만 민주국가에서는 평범한 주민들이 이러한 현상을 감시하고 통제할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는 부자들과 마찬가지로 투표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자본주의 선진국들은 잘 못사는 사람들도 집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여러 가지 정책과 방법들이 있습니다. 북한 언론은 남한에서 잘 못사는 사람들은 집도 없고 노숙자가 많이 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거짓선전일 뿐입니다. 남한에서도 노숙자들이 있기는 있지만 극소수입니다. 대부분은 정신문제를 가진 환자이거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사람들입니다. 잘 못사는 사람들도 임대주택을 받습니다. 사실상 남한에서 노숙자의 숫자는 북한의 꽃제비 숫자보다 몇백 배나 적습니다. 임대주택은 부자들이 사는 주택보다 좋지는 않지만 북한 사람들이 보기에 진짜 사치스러운 생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기도 항상 들어오고 난방도 잘 되고 집마다 위생실과 목욕실까지 있습니다. 북한에서 군의 지도원도 살기 어려운 주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남한에서만이 아니라 모든 선진국에서 볼 수 있는 것입니다. 다행히 100년이나 150여 년 전에 있었던 살인적인 자본주의는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세력에 굴복하고 많이 사라졌습니다. 남한이든 일본이든 러시아이든 자본주의 경제가 있지만 잘 못사는 사람들의 기본생활 조건은 보호를 받고 있는 사회입니다. 북한은 말로만 사회주의를 운운하고 있지만 사실상 극한 자본주의에 빠진 사회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돈이 없으면 꽃제비가 될 수도 있고 굶어 죽을 수도 있지만 국가나 사회에서 지원을 받기가 어렵습니다. 간부들이나 전주(부자)들은 평양에서 좋은 아파트에 입사할 수 있지만 잘 못사는 북한 사람들은 초가집에서 살기도 어려울 수 있습니다.

이런 문제들은 민주화로 해결할 수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북한정부가 주택 정책을 조금 바꾸고 잘 못사는 주민들에게 할 수 있는 만큼 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은 북한 경제가 어느 정도 나아져서 이렇게 할 수 있는 능력이 조금 생겼다고 생각됩니다. 문제는 북한 정부가 그렇게 할 의지를 갖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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