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사상동원의 비효율성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7-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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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북조선만큼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동원시키는 나라는 없습니다. 사회주의 진영 역사를 봐도 북한만큼 사상교육과 사상동원을 미친듯이 했던 나라는 1960년대 중국과 알바니아밖에 없었다고 생각됩니다. 잘 아시는 바와 같이 지금 중국도, 알바니아도 자본주의 나라가 되어 버렸습니다.

1960년대 중국 사람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열심히 일하도록 하는 선전을 들었지만, 중국 사람들은 별로 열심히 일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라는 나라도 매우 어렵게 살았습니다. 반대로 1980년대 들어와 매우 시끄러웠던 중국의 선전은 조용해졌습니다. 그러나 시끄러운 선전의 시대에 어렵게 살았던 중국의 경제는 1980년대 이후 살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럴까요? 북한도 예외가 아닙니다.

1950년대 말부터 북한은 사상동원을 많이 강조해 왔습니다. 속도전이나 천리마운동, 100일 전투 등은 지금까지 잘 알려진 것입니다. 원래 1950년대 아무것도 없었던 북한에서 김일성을 비롯한 지도자들은 당연히 노동자들에게 줄 수 있었던 게 없었기 때문에, 그들은 사상동원으로 사람들을 열심히 일하게 할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불가피하게 실패로 끝나 버렸습니다.

사상동원이 아무 효과가 없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세계역사를 보면 북한 뿐만 아니라, 위기나 재난 때 사람들은 자신의 이익이나 자신의 가족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생명까지 무릎쓰고 열심히 일하고 잘 싸울 수 있었습니다. 역사에서 이러한 전례가 너무 많습니다. 북한에서 좋아하는 나라들의 역사에도, 북한이 싫어하는 나라의 역사에도 이러한 전례가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입니다. 사람들은 사상 때문에 얼마 동안 열심히 일할 수 있지만, 사상 때문에 영원히 일하지 못합니다. 사람들은 게으르든, 열심히 일하든 관계없이 말로만 평가를 받는다면, 조만간 게을러질 수밖에 없습니다. 나라나 단체를 위해서 몇 년 동안은 열심히 일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사상동원만으로 일할 수는 없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바로 시장경제입니다. 시장경제의 기본원칙은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사람이 되는 법입니다. 꼭 그렇지 않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이렇게 됩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것을 매우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주의 진영 국가들은 이 원칙을 경험으로 배웠습니다. 제가 자라난 1970-1980년대 소련에서도 사상교육을 북한만큼 한 것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했습니다. 농민들은 협동농장에서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선전했고, 국가소유의 협동농장을 자기 개인 소유처럼 생각해야 한다고 선전했습니다. 그래도 당시 소련은 식량이 부족해서, 세계 최대의 식량 수입국이었습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구소련의 협동농장은 정말로 농민들의 개인소유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국 무엇일까요? 러시아 사람들이 잘 먹을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엄청나게 많은 곡식을 수입했던 러시아는 2000년대 초에 들어와 세계 2위 곡물 수출국가가 되었습니다. 2년 전부터, 즉 2015년부터 러시아는 세계에서 곡식을 제일 많이 수출하는 나라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사상동원이나 사상교육이 아예 없습니다. 농민들은 자신을 위해서, 자신의 가족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있기 때문에 나라도 잘 살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시장경제의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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