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이 남침을 인정 못하는 이유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07.30

북한에서 7월 27일은 전승절입니다. 북한 선전 매체들의 주장에 따르면, 1953년 7월에 북한이 휴전함으로써, 1950년에 북한을 침략한 미국과 남한을 이겼다고 합니다. 물론 이것은 완전 날조된 거짓 선전에 불과합니다. 1950년 한국 전쟁에서 처음 침략을 감행한 나라는 미국과 남한이 아니라 바로 북한이었습니다.

1980년대 말부터 소련과 다른 사회주의 국가에서 비밀기록이 공개되었을 때, 이 사실이 매우 정확하게 공개되었습니다. 당시에 북한은 소련 영향을 많이 받았기 때문에 김일성은 남한에 대한 기습 침략을 계획하고 소련에 많은 지원을 요구하였을 뿐만 아니라 공격 날짜에 대해서 소련 최고 지도자였던 스탈린과 논쟁을 많이 하였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당시에 스탈린은 남한을 7월 초순에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김일성은 보다 더 일찍이 6월 25일에 공격하면 좋다고 주장했습니다. 스탈린은 김일성의 논리를 받아들였습니다.

사실상, 한국 전쟁을 누가 시작했느냐는 문제에 대한 논쟁은 이미 모두 끝나버렸습니다. 러시아에서 많은 학자들은 새로운 자료를 분석하였고, 북한의 한국 전쟁을 위한 준비에 대해 매우 자세하게 설명하였습니다. 아마 제일 자세한 이야기는 러시아 외교부 차관 겸 러시아 모스크바 국제 관계 대학 총장을 지내고 있는 토르쿠노프 교수가 작성한 300페이지 정도의 연구논문일 것입니다.

러시아 학자들 뿐만 아니라, 중국학자들도 이러한 연구를 요즘 많이 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교과서를 비롯한 공식적인 자료는 외교를 감안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남침도 북침도 한국 전쟁을 누가 시작했는지를 요즘에는 명기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심지화 교수를 비롯한 중국학자들은 해외에서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김일성이 대남 침략을 준비하는 과정을 자세하게 묘사했습니다.

당시에 김일성은 남한에 대한 공격을 준비하였을 때, 소련뿐만 아니라 중국의 허락을 받아야 했기 때문에 남한에 대한 공습 계획을 매우 자세하게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보고하였고 그 결과 중국에도 이에 관련한 자료가 많이 남아있습니다.

물론 당시의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의 사고방식과 사상을 감안하면 남침을 침략으로 보기가 어렵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자신들을 침략자들보다 해방자들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소련이나 중국 자료를 보면 그들의 꿈은 남조선 혁명이었습니다. 그들에게 남한에 대한 공격은 한일 무장 투쟁과 성격이 별로 다르지 않은 혁명적인 투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당시에 남한에도 무장 통일에 대한 꿈을 꾸는 사람들이 없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승만을 비롯한 남한 우익 세력은 서로 시끄럽게 다투기는 하였지만 사실상의 전쟁준비는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의 남북한 분위기를 감안하면, 무기의 힘으로 분단 문제를 해결하고 싶은 사람들이 남한에도 적지 않게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련과 중국의 자료가 잘 보여주듯 실제 무력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은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북한에서 이 사실을 절대 인정하지 않습니다. 객관적으로 말하면, 역사학자들은 당시에 전쟁을 통해 남한을 점령하고 싶은 김일성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지만, 북한 언론은 한국 전쟁의 기원에 대한 진실을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한국 전쟁이 남한의 공격으로 시작되었다면 김일성을 비롯한 북한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승리했다고 주장할 수 있습니다. 그들은 공격을 받았지만 1950년 이전에 통치했던 지역을 지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북한 외에 누구나 다 잘 알고 있는 한국전쟁의 시작에 관한 진실을 인정한다면 북한은 승리자가 아니라 패배자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김일성은 무력 통일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끝났기 때문입니다.

바로 그 때문에, 북한은 1940년대의 복잡한 상황을 분석하고 설명하는 것 보다 지난 60여 년 동안 파렴치한 거짓말을 해댈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신들이 시작한 전쟁의 패배를 승리한 것으로 미화하기 위한 거짓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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