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칼럼] 역사학자의 무덤

0:00 / 0:00

저는 동양 역사를 전공한 역사학자입니다. 그래서 저는 북한 역사학자들을 생각할 때마다 안타깝습니다. 그들은 엄청난 정치 압력 때문에 제대로 된 역사 연구를 할 수 없습니다.

북한에도 과학은 있습니다. 자연과학 부문에서 북한의 수준은 괜찮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물론, 세계 과학계와 별 교류가 없고 고립된 사회에서 활동해야하는 북한 학자들이 물리학이나 수학 부분에서 세계수준을 달성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주 괜찮은 수준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역사학을 비롯한 사회학은 완전히 다른 모습입니다. 북한만큼 역사 연구의 자유가 없는 나라는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통치계급은 역사를 학문이라기보다는 선전수단으로 보고 있습니다.

물론, 세계 어디에서나 사회 과학은 정치 압력에서 자유롭지 못 합니다. 하지만 양심 있는 학자들은 이런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진실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 사회학 학자들은 진실을 얘기할 기회조차 없습니다. 그들은 세뇌됐고 사상의 노예가 돼버렸습니다. 그들의 책이나 논문은 연구 논문이 아니라 거짓 선전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북한에서 절대 금지된 연구는 근대 현대사입니다.

북한 역사학자들은 김 씨 일가를 찬양하기 위해 역사를 놀라울 정도로 왜곡 시켰습니다. 그들은 잘 아는 사실도 모르는 척 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북한 학자들은 김일성이 1920년대부터 가장 인기 높은 지도자였다고 말합니다. 물론, 이것은 파렴치한 역사 왜곡입니다.

1937년, 보천보 전투 이전까지 '김일성'이라는 이름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보천보 전투 이후에도 김일성보다 인기 높은 공산주의 운동가들은 많았습니다.

백두산 밀영 이야기도 절대적인 왜곡입니다. 민족주의와 혈통 문제 때문에 북한선전 일꾼들은 김정일이 소련에서 태어난 것을 인정할 수 없습니다. 역사학자들은 불가피하게 앵무새들처럼 선전일꾼의 거짓말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역사 왜곡은 근대사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고대사도 왜곡했습니다. 주로 평양을 민족 역사의 중심지로 만들기 위해 많은 왜곡을 했습니다.

북한역사학자들이 이 거짓말에 도전할 수 없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기 때문에 북한이라는 곳의 역사학자는 세계에서 가장 불행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