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복지국가와 세금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09.18

요즘 들어 남한에서 증세, 그러니까 세금을 늘리는 데 대한 이야기가 많아졌습니다. 지금 남한 정부는 한 갑에 2500원 하는 담뱃값을 2천원 더 인상해서 4천5백원까지 높이려고 할 뿐 만 아니라 자동차세, 주민세 또한 지금보다 훨씬 높게 인상하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 언론이 이러한 남한의 소식을 어떻게 보도할지는 충분히 짐작이 갑니다. 로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언론은 남한에서 나온 세금인상 소식을 무조건 남한체제를 비판하기 위한 기회로 보고 세금이 높아지게 되면 남한 사람들이 더욱 살기가 어려워진다고 주장할 것 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먼 선전일 뿐 입니다. 북한당국의 그 같은 선전은 오히려 심각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선전으로 인해서 북한 주민들은 세금에 대해 그동안 갖고 있었던 왜곡된 인식을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될 것입니다.

북한과 같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뿐만 아니라 시장경제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에서   주민들은 자신들의 정부가 돈을 마음대로 만들어내고 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들이 느끼는 것은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이런 저런 활동을 하기 위해 돈을 얼마든지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국가의 예산(돈)이나 자본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국가마다 자본과 예산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경제가 튼튼한 국가일 경우에는 재정수입이 많아 나라에 돈이 많고, 경제가 약한 나라의 경우에는 돈이 상대적으로 적지만, 아무리 잘 사는 나라라고 해도 결국 자본(예산)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렇기에 정부가 지출을 증가시키기 위해서는 무조건 정부의 재정수입을 늘려야 합니다. 요즘 남한에서는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간단하게 말하면, 남한은 스웨덴이나 노르웨이와 같은 복지국가를 지향하기 위해서 국민들에게 수많은 무상지원을 제공하기 시작하였습니다. 북한 언론은 결코 언급하기 싫은 사실이겠지만, 남한은 오래 전부터 초등학교와 중학교 교육을 무상으로 실시하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몇 년 동안 유치원 또한 무상교육을 실시하였습니다. 노인 누구든지 받을 수 있는 노령 연금도 의무화 되었습니다.

그러나 세계 역사가 잘 보여주듯이 복지국가는 마음 먹는다고 그냥 되는 것이 아닙니다. 교육이든 노령연금이든 국가가 주는 돈이기에 국가의 수입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국가의 수입을 크게 늘려야 하는데 재정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세금을 더 거둬 들이는 것, 즉 세금인상뿐입니다.

역사적으로 보았을 때 남한은 세금을 적게 내는 나라입니다. 국민들이 국가로 세금을 얼마 정도 납부하는지 알 수 있는 방법은 소득세 대비 총생산액 기준입니다. 남한에서 소득세 대비 총생산액 기준은 3.3% 에 불과하지만, 독일의 경우 9%, 영국의 경우 10%, 호주의 경우 12% 입니다. 바꾸어 말하여 남한 사람들은 영국 사람에 비해 세금을 3분의 1정도만 냅니다. 그러니 남한 국민들이 국가에서 무료로 받을 수 있는 교육, 의료 등의 혜택이 영국에 비해 적을 수 밖에 없습니다. 좋든 싫든 국민들이 원하는 복지국가의 건설은 국민들이 높은 세금을 부담해야 가능한 일 입니다.

북한 사람들도 이러한 당연한 사실을 이해했으면 좋겠습니다. 현대 사회에서 국가는 무상 의료나 교육을 그냥 제공할 수 없습니다. 북한은 국가 소유의 자산들을 잘 이용하여 재정수입을 늘리거나 남한이나 중국을 비롯한 시장경제 국가처럼 주민들의 자발적인 경제활동을 보장함으로써 세금을 더 거둬들일 수 있어야만 기본적인 복지정책이라도 가능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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