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쓸모 있는 혼란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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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는 현재 3만 2천 명에 달합니다. 이들 탈북자 중 대부분은 한국에 오기 전, 한국에 대해서 잘 모를 뿐 아니라 어느 정도는 북한의 거짓 선전을 믿었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남조선이 어렵게 사는 나라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남한 정치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지식이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들은 한국에 와서 깜짝 놀란 것들이 많습니다.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었겠지만 그들은 북한에서 상상하지도 못하는 것을 남한에서 봤다고 말합니다.

탈북자들이 놀랍게 생각한 것 중 하나는 남조선 사람들이 대통령을 비롯한 고급 간부들을 자유롭게 아무 때나 그것도 매우 자주 비판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지금처럼 진보 경향의 대통령 시대에는 보수파 사람들이 현 정권에 대해 많은 비판을 하고, 반대로 보수파 대통령의 시대에는 진보파 사람들이 욕을 많이 합니다. 이는 술자리에서 지인들과 나누는 이야기에서뿐 아니라, 언론에서도 대통령과 국가정책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자유롭게 이어집니다.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한 탈북 여성은 얼마 전 저에게 남조선과 같은 나라를 대통령이 어떻게 통치할 수 있는 건지 깜짝 놀랐다고 말했습니다. 그 여성이 당황한 건 당연한 일입니다. 북한에서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지금의 김정은도 신과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터넷에서 대놓고 비판할 뿐 아니라 군중집회로 나갈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북한 언론은 작년에 한국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을 반대하는 촛불 집회를 매우 크게 보도하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제가 궁금한 것은 북한사람들이 이 보도를 보고 ‘북조선에서 김정은을 대상으로 하는 투쟁이 없는 것에 대해선 이상하지 않은가’라는 것입니다. 지금도 매주 서울 시청 앞에서 수천 명이 참가하는 큰 시위가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북조선 언론이 보도하지 않고 있습니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은 박근혜 탄핵을 불법이라고 큰 소리로 주장하고 있고, 문 대통령은 불법 대통령이고 나라를 통치할 자격이 없다고 시끄럽게 떠들고 있습니다. 북조선 식으로 말하면, 북조선 주민들이 주말마다 김일성 광장에 모이고, 장성택은 진짜 애국자이며 그를 처형장으로 보낸 김정은은 불법통치자라고 외치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게 가능한 일일까요? 그러나 남한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모든 국민이면 누구든지 정치에 대한 자신의 노선을 표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흥미로운 것은 지금까지의 모든 남한 대통령이 반대편의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예를 들면 며칠 전에 제가 일하는 대학교에서 작은 시위가 열렸습니다. 참가자는 열다섯 명에서 스무 명 정도였는데, 그 사람들의 주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사드 즉 미사일 방어 체계를 배치하는 등 미국을 무비판적으로 추종하고 있고 일본에 굴복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저는 지난 주말에 서울시청 앞에서 수백 명이 참가한 시위를 보았습니다. 그 사람들은 태극기와 미국 성조기를 흔들며, 문 대통령이 북한을 추종하고 있으며 미국과의 동맹을 훼손시키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것은 혼란일까요? 혼란이지만, 쓸모 있는 혼란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혼란을 통해 일반 사람들이 자신의 의견을 표시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을 결집하고, 더 나아가 선거를 통해서 정치를 바꿀 수 있습니다. 이것은 남한뿐만 아니라 전 세계 대부분 국가에서 볼 수 있는 정치 체제의 기본입니다.

 

** 이 칼럼내용은 저희 자유아시아방송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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