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북한정권이 살아남기 위한 조건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10.30

최근 소식에 의하면, 북한 당국자들이 남한 영상물에 대한 단속을 많이 강화했습니다. 물론 원래부터 북한에서 남한의 영상물의 판매, 복사 및 관람은 모두 비사회주의 불법행위로 단속의 대상입니다. 그래도 사실상 2000년대 초부터 국가보위부를 비롯한 북한 치안기관은 남한 영화, 연속극 등의 확산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물론 남조선 영상물 때문에 잡힌 사람들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습니다. 잡혔을 경우에도 뇌물을 주고 나면 별 문제없이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작년부터 상황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김정은 제1위원장의 방침에 따라 만든 ‘1.14상무’는 남조선 영상물에 대한 단속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사람들은 옛날에 비해 남조선 영화 보는 것을 무섭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김정은 정권은 점진적으로 중국 개혁과 유사한 경제정책을 실시하기 시작하였습니다. ‘6.28방침’에 따라 농업에서 개별농가를 중심으로 한 관리 방식이 이루어지고, 식량상황이 좋아졌습니다. 공업부문에서도 독립채산제가 도입되었습니다. 결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어느 정도 경제성장에 이바지할 수도 있는 조치입니다.

그렇다면 북한 정권은 사상 부문에서 인민대중에 대한 감시와 압박을 강화하는 동시에, 경제부문에서 통제를 완화하는 경향이 분명히 있습니다. 이것은 모순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상 모순이 아닙니다.

김정은 정권은 나라의 경제를 개발할 의지가 있고, 경제적 성공을 이룩하는 방법이 중국식 개혁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식 개혁이 초래할 부작용은 사회주의 사상이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북한식 사회주의 사상은 인민대중이 외부생활을 전혀 알 수가 없어야 생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해외의 생활에 대해 알게 된다면 주체사상의 모순을 쉽게 깨닫고 정권에 반대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김정은 제1위원장을 비롯한 북한의 지도계층은 경제를 개발하려는 의지와 동시에 나라를 앞으로 수 십 년 동안 통치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결코 놀라운 것이 아닙니다. 역사를 보면 자신의 권력을 포기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지배계층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중국식 개혁은 해외에 대한 지식의 확산을 불가피하게 초래하게 되는 정책입니다. 그 위험한 부작용을 막기 위해서 북한 정부는 사상교육을 강화하고, 인민대중을 해외 생활에 대한 지식으로부터 더욱더 고립시키려 노력할 것입니다. 그들에게 이것은 거의 유일한 생존전략입니다.

물론 중국의 경우에는 경제개혁이 개인의 자유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분단국가가 아닙니다. 중국 당국은 매력적인 남 중국의 갖가지 영향을 가로막을 필요가 없습니다. 북한은 바로 아래에 잘 사는 남한이 있기 때문에 경제개혁이 체제 붕괴를 야기하지 않도록 남한 영상물을 비롯한 해외 생활 소개자료의 확산을 단속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김정은 정권이 살아남기 위한 필수조건 중의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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