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지식인이 잘 사는 사회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4.11.13

많은 분들이 아시는 바와 같이 저는 구소련 출신의 러시아 사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공산주의 체제가 무너진 이후 러시아의 생활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들은 공산당 정권이 없어진 러시아에서 잘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혹은 어렵게 사는 사람이 누구인지 물어보곤 합니다.

그러한 질문에 간단하게 대답하기는 어렵지만, 가능합니다.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1991년 소련 공산당 독재가 무너진 후에 새로운 러시아 역사를 두 단계로 나누어 살펴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첫 단계는 9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까지입니다. 이것은 과도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때 러시아 사람들 대부분의 생활은 공산주의 시대보다 더 열악했습니다. 두번째 단계는 200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입니다. 그동안 새로 생긴 시장경제가 잘 돌아가기 시작하고, 사람들 대부분이 소련시대보다 훨씬 더 잘 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두 단계를 보면, 차이점이 많습니다.

1990년대 과도기는 러시아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어려웠던 시대입니다. 북한 사람들 대부분의 생각과 달리, 당시에 제일 고생이 많았던 사람들은 공산당 간부나 행정일꾼들이 아니었습니다. 역설적으로 당 일꾼들과 행정일꾼들은 마음 속으로는 전혀 믿지도 않았던 공산주의 사상을 한꺼번에 벗어버리고, 자신들의 옛날 직업을 그대로 유지하였습니다. 많은 간부들은 간부라는 기회를 이용하여 국가재산을 자신의 개인 재산으로 만들고, 부자들이 되었습니다.

1990년대에 잘 살던 사람들은 물론 중, 하급 간부들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당시 고급지식과 기술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일부는 너무나도 크게 성공하였습니다. 특히 컴퓨터 전문가들이 그렇습니다. 또한 해외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외국어 능력을 비롯한 무역을 위해 필요한 지식을 가진 사람들은 소득이 크게 증가하였습니다.

반대로 1990년대 과도기에 국가예산에서 월급을 받고 살던 사람들은 고생을 많이 했습니다. 교원들이나 의사들, 그리고 문화일꾼들과 대부분 교수와 학자들은 어렵게 생활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리지 않는 물건을 생산하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어려워졌습니다.

2000년대 초에 들어와 생활이 많이 개선되었습니다. 옛날 공산당 간부나 보위부 출신들이 지금도 잘 살고 있지만, 그 중에 어렵게 살던 사람들의 생활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러시아의 기업은 국제경제에 적응하고,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인 다음에 소련시대보다 생산을 많이 하게 되었습니다. 결국 그 공장에 일하는 노동자들은 소득이 높아지고, 사회적인 지위도 함께 높아졌습니다. 특히 숙련 노동자들이 그렇습니다. 물론 컴퓨터 기술자들뿐 아니라, 화학공업기술자들도 함께 소득이 높아졌습니다.

경제성장으로 인해 국가의 수입이 급성장하였기에 국가 예산으로 살아가는 교원이나 학자와 같은 사람들의 생활도 빨리 좋아지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살기 어려운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솜씨와 기술이 별로 없는 미숙련 노동자들은 아직까지도 소련시대보다 살기가 어렵습니다. 기술과 경제 조건에 적응하지 못하고 시대에 뒤떨어진 공장에서 일하던 사람들은 좋은 직업을 찾기도 쉽지 않습니다. 특히 나이가 많거나, 기업체가 별로 많지 않은 작은 중소도시에 사는 노동자들일수록 더욱 살기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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