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란코프] 국제사회는 북 붕괴 원치 않아

란코프 ∙ 한국 국민대 교수
2015.12.31

북한 언론은 외부 세계를 묘사할 때 대부분이 북한에 적대적이라는 사실을 강조합니다. 북한은 일본이든, 미국이든 물론 남한도 마찬가지로 모두 북한이란 나라를 없애 버리고 남한이 북한을 흡수 통일하는 꿈을 꾼다고 주장합니다. 공개적이든 비공개적이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서도 비판을 많이 합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북한의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북한의 주장과 달리 북한이란 나라나 북한 정권을 싫어하는 국가들일지라도 북한의 체제 붕괴나 내부 위기를 결코 반가워하지 않습니다.

이유는 몇 가지가 있지만 제일 중요한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핵보유 국가에서의 외부 폭력과 무정부 상태의 출현은 국제사회의 안전을 위해서도 좋을 것이 없다는 전망입니다. 북한의 체제가 무너지기 시작한다면 핵무기를 비롯한 대량 살상 무기에 대한 통제가 없어지고 무기의 밀수출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보유문제 보다는 핵무기의 확산을 더 두려워하는 중국과 미국을 비롯한 강대국들은 그동안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반대해왔지만 일단 북한이 핵보유국이 된 다음에는 북한체제의 현상유지를 필요악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제 사회가 북한의 체제붕괴를 원하지 않는 이유는 또 한 가지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북한 경제의 열악한 상황 때문입니다. 북한 체제가 무너진다면 북한의 경제개발 책임을 남한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떠맡게 되어있습니다. 현대 세계의 정치논리와 구조를 보면 남한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이러한 책임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매우 열악한 북한의 경제를 감안하면 북한의 경제 개발은 엄청난 돈이 드는 비싸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북한의 체제 붕괴가 초래할 수 있는 한반도 전체의 경제위기에 대한 우려는 남한에서 가장 심합니다. 북한 언론은 남한의 보수파들이 흡수 통일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는다고 주장합니다. 이와 같은 주장은 사실과 거리가 멉니다. 보수파에서도 흡수 통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은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남한에서 흡수 통일을 하자는 목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습니다.

남한 사회에서 흡수 통일에 대한 두려움과 반발이 심한 이유는 북한 체제에 대한 동정 때문이 결코 아닙니다. 남한 주민들은 대부분 북한식 국가 사회주의가 실패한 체제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흡수 통일이 될 경우, 매우 열악한 북한경제를 개발해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개발을 위해 필요한 돈은 모두 남한 주민들이 내야 하는 돈입니다. 물론 남한 사람들은 북한 주민들을 같은 민족이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흡수 통일이 초래할 경제적 부담으로 인해 흡수통일에 대한 두려움이 있습니다.

물론 현재의 체제 아래서 고생하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입장에서 보면 냉소적인 무관심이라고 비난할 수도 있습니다만 이것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입니다. 외부 세계는 북한에 대해 체제가 붕괴될 만큼 강한 압력을 가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실상 북한이 단계적 변화를 통해 국제사회의 보통국가가 되는 것이 갑작스런 체제변화보다 더 바람직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이 같은 현상을 부정적으로도, 긍정적으로도 평가할 수 있겠지만 아무튼 현재 국제사회의 북한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 없는 게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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