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높아가는 납북자 송환요구
문명호∙ 언론인
2009-10-19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춘원 이광수가 1950년 7월 12일 서울 자택에서 북한 인민군에게 납치되어 가던 모습이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8일 발간한 ‘한국전쟁납북사건 사료집 제2권’에 생생하게 게재됐습니다. 당시 피랍 상황을 목격한 둘째 딸 이정화 씨(74세)는 “인민군이 ‘잠깐 가자’고 하고선 나가고 아버님이 나중에 나갔는데, 그때 어머니가 막 큰 절을 하면서 ‘잡아가지 마세요’하고 말렸어요. 겨우 17살 정도 밖에 안 되는 인민군에게 그랬어요.”라고 증언했습니다. 이정화 씨는 처음 서대문 형무소에 수감됐던 춘원이 갖가지 회유를 받았지만 거부했으며, 9․28 서울 수복 후 형무소에 가보니 이미 7월에 평양으로 압송된 뒤였다고 증언하고 있습니다.
춘원 외에도 언론인 안찬수 씨, 철학자 한치진 서울대 교수, 구자옥 전경기도 지사등 남한의 수많은 지식인들이 북한에 강제로 끌려갔음을 이 사료집은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료집 제2권에 밝혀진 피랍 지식인들만 69명입니다.
‘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북한의 6․25 남침 당시 납북자 관련 자료들을 발굴하고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호소해 피랍자 송환을 위한 국제적 여론을 일으켜 나가고 있습니다.
일본에서도 적극적인 움직임이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 9월 취임한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는 13일 2006년에 설치된 ‘납치문제대책본부’를 폐지하고 새로운 ‘납치문제대책본부’를 설치해 총리가 직접 본부장을 맡아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결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새 내각의 오카다 가쓰야 외상은 17일 “핵 미사일 납치 문제가 모두 해결되어야 북한과 국교를 정상화 한다”는 기본 방침을 이미 밝힌 바 있습니다. 일본인 피랍자 가족들도 피랍 일본인 5명의 귀환 7주년을 맞은 15일 “납북자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하토야마 정권은 전략적인 대북 정책을 수립하라”고 촉구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피랍자 가족 등 민간단체들도 국제사회의 여론 환기와 한국을 비롯한 국제적 연대를 펼치고 있습니다. 일본은 북한에 납치된 일본인이 17명으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중 13명의 납치를 인정했고 이중 5명이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총리의 북한 방문 때 극적으로 일본으로 귀환 했습니다. 북한은 나머지 8명은 사망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일본은 북측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북한에 대해 납치 재조사 합의 이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북한과 일본은 작년 8월 양국 실무자 협의에서 북한이 납치 재조사 위원회를 설치해 조사키로 합의한 바 있습니다. 귀환한 5명의 일본인 납치 생존자들은 각각 고향에 돌아가 편안히 살고 있습니다.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 모임은 새로 출범한 정부에게 납치문제의 적극적인 해결을 요구하고 있으며 새 정부 역시 일본과 북한 관계 개선의 전제로 납북자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 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움직임에 따라 한국과 일본을 비롯해 북한에 의해 납치된 각국의 납북자 가족들과 세계의 인권단체들은 납북자 실태 조사와 송환을 요구하며 국제적 여론을 환기 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이 납치해 간 남한 국민은 어민들만 400명이 넘으며 생존한 국군 포로는 확인된 사람만 500명이 넘습니다. 북한은 국군 포로나 납북자의 존재 자체를 부인하고 있지만 이들의 존재는 그동안 탈북 국군 포로들이나 생환 어민들 그리고 국제 인권단체들에 의해 속속들이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북한은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의 존재를 계속 부인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가지곤 북한은 국제사회에서 정상적인 국가로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며 공존공영해 나가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은 국제사회가 다 파악하고 있는 사실을 부인하지 말고 국군 포로와 납북자 모두를 가족과 친지, 고향으로 돌려보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