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호 칼럼] 남북 정상회담 때가 아니다
문명호∙ 언론인
2009-10-26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남북 간 접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보도가 지난 며칠간 계속해 나왔습니다. 보도 내용은 남북한 고위 관계자들이 중국이나 싱가포르에서 은밀히 만나 정상회담 문제를 논의했다는 것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를 정면으로 부인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막후에서의 남북 간 접촉이 있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올만합니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남북 정상회담은 지금 절실한 것도 아니며 또한 적절한 시기도 아닙니다. 남북 정상회담을 위해선 무엇보다 한국이 관계개선의 전제로 내세우고 있고 6자회담의 다른 참가국들도 주장하고 있는 한반도 비핵화가 이루어 져야 합니다. 즉, 북한이 핵을 포기하거나 적어도 핵을 포기 하겠다는 의지를 국제사회에 명백히 보여야 합니다. 말로만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고 하지 말고 이를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핵 포기와는 전혀 반대로 가고 있으며 국제사회도 북한이 핵을 포기하리라고 보지 않고 있습니다. 올해 장거리 로켓 발사와 2차 핵실험으로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것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한국의 이명박 대통령도 동아시아 정상회의 참석 중 25일 태국에서 “아직 북한의 의도가 불투명하고 핵을 포기 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는 징후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한 남북 정상회담을 갖는다고 해도 그 자리에서 북한이 핵 포기 문제를 남측과 논의하고 결단의 포기 선언을 할리는 전혀 없습니다. 따라서 지금 남북 정상회담을 추진할 아무런 명분이나 여건이 갖추어져 있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만일 남북 정상회담 추진이 사실이라면 과연 북한의 의도와 진정성이 무엇인가를 잘 파악해야 합니다. 최근에만 해도 핵실험과 로켓 발사로 한반도 정세를 긴장시키고 북쪽의 황강댐을 무단 방류해 남한 국민 6명이 익사하는 등 남북관계를 악화시킨 북한이 이처럼 대화 국면으로 급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한미 공조체제를 약화시키고 심각한 식량난 지원을 받아보려는 의도로 해석됩니다.
또한 정상회담으로 체제 안정 효과도 도모하려는 의도가 숨어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북한의 의도엔 남북한 평화와 안정을 진지하게 논의한다는 진정성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 솔직한 표현입니다. 북한은 그동안 보인 행태로 국제사회로부터 신뢰를 많이 잃어버린 것이 사실 입니다.
그 다음으로 북한이 핵을 포기하려는 아무런 변화 징후도 없으며 그 회담 의도 또한 진정성, 신뢰성이 없는 일시적 호도책에 불과한 만큼 지금으로서 한국은 남북 정상회담 보다 한미 간 대북 공조를 더욱 긴밀히 유지, 강화해 나가고 북핵문제의 다자간 논의 기구인 6자회담을 계속해 나가도록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관계국간 긴밀하게 협력해 나가는 것이 최선의 길입니다. 다만 북한이 식량난으로 아사자가 발생할 만큼 심각한 상태라면 우선 유아와 임산부 노약자 등을 위한 식량과 의약품 등을 국제 적십자사나 국제 구호기관을 통해 보낼 수 있을 것 입니다. 지금으로서 남북 정상회담은 북한의 일시적 호도책에 남한이 발을 맞추어 주는 정치적 이벤트가 될 뿐, 남한으로선 절실하지도 않으며 적절한 시기도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