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올해에는 대화국면으로 전환될 것 같습니다. 북한은 지난 1일 신년 공동사설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확고부동하다. 남측 당국이 북남대화와 관계개선의 길로 나와야 한다"며 남북관계의 개선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어 조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이전의 두 차례 남북 정상회담을 거론하면서 북한 신년사에 대해 "올해의 극적인 사변을 예감케 하는 의지의 표명"이라고 평가했습니다.
한편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4일 국정연설을 통해 "올해에는 남북관계에도 새로운 전기를 만들어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대통령은 "이를 위해 남북 간에 상시적인 대화기구가 마련돼야하고 북한이 조속히 6자회담에 복귀함으로써 한반도 비핵화가 진전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같은 남북 쌍방의 움직임으로 볼 때 올해 남북 정상회담을 비롯한 여러 수준의 대화가 열릴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사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 문제를 협의하기 위해 쌍방은 싱가포르와 개성에서 비밀 접촉을 가졌으나, 회담 의제에 관한 입장 차이로 결렬 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올해 들어 북한은 화폐개혁 등으로 인한 흉흉한 민심을 수습하고 경제를 살리는 데는 남한의 경제 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정상회담의 불씨를 다시 살려보려는 판단을 한 것 같습니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도 올해가 집권 3년차로 남북 정상회담의 적기라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러한 점에서 남북 모두 정상회담에 적극성을 보일 것이나 현안 문제에 대한 입장 차이를 어떻게 좁혀 접점(接點)을 찾아내느냐가 관건이 될 것입니다. 우선 남측은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납북자·국군포로 송환 문제에 물꼬를 트려는 입장이고, 북측은 남측으로부터 경제 지원을 많이 받아내려는 입장인데, 이 세 가지 변수를 어느 선에서 어떻게 주고받느냐 하는 것이 협상의 초점이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쌍방이 유의해야 할 것은 한반도 평화와 남북 관계개선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제가 무엇인가, 정상회담 개최의 근본 목적과 본질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협상을 진행해야 한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두말할 것 없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입니다.
이에 관해 이 대통령은 '비핵화의 진전'이라고 표현했는데, 이것은 해석여하에 따라 신축성이 너무 큰 모호하고 포괄적인 개념입니다. 북한은 과거 6자회담의 '2.13 합의'에 따라 핵시설 폐쇄에 이어 핵시설 불능화 및 신고 절차까지 마쳐놓고서도 하루아침에 이것을 백지화시킨 전력을 갖고 있는 상대입니다.
따라서 이런 전철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는 최소한 철저한 검증에 의한 핵 폐기 직전 상태를 비핵화 진전의 개념으로 설정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생각됩니다. 아울러 대북경제 지원문제에 관해서도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제 완화를 봐가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 쌀·비료 지원, 사회간접자본 시설의 건설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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