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미 양자접촉의 전망

2009-10-28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북·미 양자 접촉이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북한 외무성의 이근 미국국장이 지난 24일, 뉴욕에서 성 김 미국 국무부 북핵 담당 특사와 1시간 가량 만났습니다. 이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취임 후 첫 북-미 당국자 간 접촉입니다.

그동안 개최 여부를 놓고 지루하게 시간을 끌던 북·미 양자대화가 시작됐는데 이 대화를 통해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마련될지 세계의 관심이 여기에 쏠리고 있습니다. 우선 미국은 이번 접촉을 통해 북한의 핵 폐기와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진정성을 탐색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정성이 확인되면 중단된 6자회담 재개절차 등을 논의함으로써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서두를 것입니다. 이에 반해 북한은 미국이 북한에 대한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평화관계를 수립해야 6자회담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전망됩니다. 다시 말해 미국은 6자회담 재개라는 회담 절차 문제에 초점을 맞추려는데 비해 북한은 북-미 평화관계수립이라는 회담의 본질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생각하는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종식과 평화관계 수립의 개념이 무엇인가? 이것은 한반도 정전체제를 변화시키는 것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한-미 군사 동맹 폐기와 주한미군 철수 등을 통해 북한에 대한 위협을 종식시키고 북한과 미국 간에 국교 정상화를 맺는 것을 북한은 평화관계 수립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같은 북한 주장은 한·미 동맹 관계를 단절시키고 남한 안보를 파괴하려는 것으로 미국이나 남한이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억지 주장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북-미 양자대화는 이러한 암초에 걸려 진전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더욱이 북한은 북-미 양자대화를 지루하게 끌어가면서 유엔의 대북 제재를 유명무실하게 만들고 내면적으로는 핵 개발을 위한 시간을 벌면서 사실상 핵보유국을 기정사실화 하는 쪽으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또한 북한은 남한, 일본, 중국에 대해서 개별 격파식 방법으로 때로는 회유로, 때로는 강경으로, 때로는 위협과 절연 정책으로 진열의 혼란과 분열을 조장할 소지가 많습니다.

그러기 때문에 북한을 제외한 다른 6자회담 참가국들은 북한의 6자회담 복귀에 집착하거나 북-미 대화에 기대를 걸 필요는 없다고 생각됩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 원자바오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북-미 회담 결과를 보고 6자회담을 포함한 다자대화를 할 용의가 있다고 말한 부문을 곰곰이 되새겨 봐야 합니다. 이 말은 북-미 대화가 자기들 뜻대로 되지 않을 경우, 6자회담 같은 것은 필요 없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6자회담이 늦춰질수록 유엔의 대북 제재조치는 더 힘을 얻을 것이고 이로 인해 북한은 더더욱 고립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지금이야말로 북한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할 중대한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