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서 미국이 합의된 내용 외에 한 글자라도 더 요구한다면 전쟁을 불러오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 아울러 북한 적십자사는 판문점 연락대표부를 폐쇄하고 남북 직통전화를 끊겠다고 위협했습니다. 그러면 북한이 현시점에 와서 이와 같은 강경한 파상공세를 한 의도가 무엇일까.
우선 북한 군부 발표는 남한 민간단체가 대북 삐라 살포를 중단하도록 노린 것입니다. 북한은 지난번 남북 군사실무회담에서 살포 중지를 요청했는데도 남한 당국이 들어주지 않는 데 대한 보복으로 군사분계선 통행을 제한하겠다고 들고 나온 것입니다. 또한 북한 외무성 발표는 한·미 두 나라가 영변에 있는 북핵 시료 채취를 미·북 합의에 포함된 것으로 보고 있는 데 대해 제동을 걸기위한 것입니다. 또 북한 적십자회 발표는 남한 정부가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참여하고 있는 데 대한 역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돌이켜보면 북한은 지난 1994년 미국과의 제네바 기본합의 협상 때도 이런 전략으로 경수로 제공을 끌어내는 재미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 북한이 이번에는 미국의 정권 교체기를 맞아 남한의 이명박 정부와 미국 정부를 동시에 압박함으로써 남북관계와 북핵문제에서 실익을 챙기려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다시 말해 이러한 강수를 둠으로써 이명박 정부가 북한에 대해 햇볕정책을 취하도록 길을 들이고 또한 부시 행정부로 하여금 퇴임 전 북핵문제에 양보를 하도록 하는 한편 오바마 당선자를 떠보려는 술책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러나 현 상황으로 보아 북한의 의도가 먹혀들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대북 삐라 살포는 남한 민간단체들의 일로써 남한 당국이 개입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북한은 삐라 살포와 개성공단 폐쇄를 연관시키고 있는데 이것이 무슨 관계가 있다는 말입니까. 또 남한 정부가 유엔 대북인권결의안에 참여한 것은 북한 주민의 인권을 회복시키려는 것으로써, 인도주의 정신과 동포애에 입각한 정당한 조치인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북핵 검증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해서는 조사단이 현장에 들어가 시료 채취를 하는 것이 필수적인 조치로서 지난번 미·북간에 구두 합의된 사항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당국이 이제 와서 그것은 서면합의가 아니기 때문에 모르는 일이라고 딴전을 피운다면 이것은 신의를 버리는 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이렇게 약속을 헌신짝처럼 저버리는 북한의 행태를 보는 오바마 당선자 측이 어떤 생각을 할 것인지를 심사숙고해야 할 것입니다.(평화문제연구소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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