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북의 개성공단 폐쇄 엄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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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대남위협 수준이 연일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최근 개성공단 폐쇄도 불사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북한은 지난 30일, ‘북남관계는 전시상황에 들어간다’고 선언한데 이어 개성공단까지 폐쇄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북한은 중앙특구개발지도 총국 대변인 담화를 통해 ‘괴뢰역적들이 개성공업지구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는 것에 대해 나발질을 하며 우리의 존엄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 없이 차단, 폐쇄해 버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개성공단의 운명에 대해 심지어 ‘경각에 달렸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다.’ 등의 표현까지 써가며 폐쇄 위협을 한 것입니다. 개성공단 사업은 지난 2004년 12월, 시작된 이래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이며 남북한 모두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이익을 가져오는 호혜적 경제협력 모델로 인정을 받아왔습니다. 개성공단은 자본과 기술을 가진 남한 기업이 북한의 토지와 인력을 활용하여 상품을 생산함으로써, 남북한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한 상징사업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북한은 개성공단 가동 이후 남북긴장 국면이 조성될 때마다 ‘닫겠다’, ‘나가라’며 개성공단 인질화 카드를 자주 썼습니다. 북한은 2008년 12월 1일, 군사분계선 육로 통행 제한조치를 취함으로 인해 남측 출입인원과 출입차량들이 큰 불편을 겪었으며 2009년에는 북한의 남한 근로자 억류상황이 벌어졌습니다. 북한은 지난 27일, 남북 간의 마지막 접촉 채널이며 개성공단 출입절차를 협의하는 군 통신선마저 일방적으로 끊었습니다. 이것도 남한의 박근혜 정부가 개성공단의 국제화 추진을 포함해 남북 교류협력 방침을 밝히는 날 단절시켰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과연 공단폐쇄로 인해 손해 보는 측이 어느 쪽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개성공단에서 일하는 북측 근로자는 5만 3,397명으로 월 평균임금이 134달러선 으로 연간 8,700만 달러가 북한당국 손으로 들어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벌어드린 돈으로 개성과 인근 주민 30만여 명이 생계를 꾸려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볼 때, 개성공단은 북한당국에 주요 외화벌이 창구 즉 달러 박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로 심각한 외화난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당국이 만약 개성공단을 폐쇄할 경우 연간 8,700만 달러의 돈을 날려버리게 되고 또, 30여만 명의 생계가 막연해지는 상황이 초래될 것입니다.

한편 공단폐쇄 시 남한의 경제손실은 얼마나 될까? 123개 입주기업의 생산액은 매달 4,000만 달러 수준이며 총 투자액은 5,569억 원으로 공단폐쇄 시 어느 정도 피해는 불가피할 것입니다. 지난 2010년 천안함 사건 후 남한의 이명박 정부가 보복조치의 하나로 개성공단 폐쇄를 검토했는데 남측 손실은 약 5억 달러 정도로 추산돼 남한정부의 재정능력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렇게 비교해 보면 공단 폐쇄시 경제적 피해가 123개 입주기업에 국한되는 남한과 달리 북한은 정권차원의 고통을 각오해야 합니다. 북한주민 30만 명의 밥줄이 끊어질 때, 소요사태가 일어나지 말라는 보장도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북한당국이 이번 발표에서 공단폐쇄와 관련, 자기들의 ‘존엄을 훼손하려 든다면’이란 조건을 붙인 것도 사실상 폐쇄하지 못할 것을 전제한 것으로써, 엄포에 지나지 않는다고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