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지난 10일, 남한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방문 결과에 대해 전쟁전주곡 이라며 거칠게 비난했습니다.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조선 당국자의 이번 미국 행각은 조선반도나 지역정세를 긴장시키고 전쟁위험을 증대시키는 위험천만한 전쟁전주곡이며 반공화국 결탁을 강화하기 위한 동족대결 행각’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지난 10일, 박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와 경제건설 병행은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비판한데 대해 ‘그 같은 경직된 대북관이 현 당국자의 본색이라면 그의 임기중에 남북대화가 실현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그런데 이 같은 북한의 반응은 한․ 미 두 대통령이 밝힌 대북 메시지를 잘 못 판단한 데에서 나온 것입니다. 두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 단호히 대응하되 대화의 문은 열어두겠다고 한 목소리를 냈습니다. 이것은 북한이 대남도발을 멈추고 비핵화 의지를 밝히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한다는 의미이지, 무조건 대화에만 연연하는 과거의 행태로 결코 돌아가지 않겠다는 뜻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두 정상은 북한의 도발에 대한 보상은 없다고 못을 박은 것입니다. 그럼에도 북한당국이 대화를 하고 싶으면 남한 당국이 경직된 태도를 버리라고 요구한 것은 큰 착각입니다. 경직된 자세를 버려야 할 쪽은 남한이 아니라 북한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북한이 최근 부쩍 강조하고 있는 경제건설의 성과를 거두려면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적한 바와 같이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미얀마 모델을 따라야 합니다. 군부 철권통치로 악명 높던 미얀마는 2011년 3월, 테인 세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국가의 진로를 수정했습니다.
세인 대통령은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지의 가택연금을 풀고 자유선거를 실시하면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수용했습니다. 이에 오바마 미 대통령은 1억 7,000만 달러 지원과 함께 양국 관계 정상화를 약속했습니다. 이후 미얀마는 연간 외국인 직접투자가 400억 달러를 넘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로 봐 북한당국이 가야할 길은 핵, 경제 병진로선이 아니라 바로 미얀마식 민주화와 개혁․ 개방이라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의 충고인 셈입니다.
북한은 최근 일부 공장과 협동농장 등을 시범 선정해 생산성과에 따른 분배를 강화하는 등 새로운 ‘새경제관리방법’을 만드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 조치는 한마디로 ‘더 번만큼 더 가져가라’는 새 분배조치로 앞으로 어느 정도 노동의욕을 돋우고 증산성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사회주의 경제구조와 국방공업 및 경제건설 병진로선을 수정하지 않는 상황에서의 새 경제관리 방식은 한계에 봉착하고 말 것입니다. 더군다나 핵개발을 계속하는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그 중에서도 중국의 대북금융 제재조치 등은 지속될 것이며, 남북한 경제협력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 같은 상황에서 설령 남북대화가 열린다 하더라도 회담을 위한 회담 수준에 그칠 뿐 진척을 가져오기는 힘들 것입니다. 김정은 정권이 진정 경제건설을 원한다면 비핵, 개혁개방, 도발중지를 행동으로 보여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