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의 이중적 대남행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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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북비핵화회담에 응했던 북한이 북 · 미 고위급회담이 성사되자 남한정부를 향해 다시 위협적 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리용호 외무성 부상은 지난 21~23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남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위성락 외교통상부 한반도평화교섭 본부장과 공식회동을 한바 있습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웃는 모습을 보이면서 남북관계가 잘 풀릴 것 같은 유화적 태도를 취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불과 며칠 후 북한은 금강산 관광사업 협의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을 29일 열자는 남한 측 제안을 거부했습니다. 북한은 금강산 관광과 관련된 남측 기업인들을 데리고 오지 않으면 당국회담은 필요 없다고 밝혀 사실상 거부한 것입니다. 아울러 북한은 최근 서해에서 대규모 지상, 해상, 공중 합동훈련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는 한편 북한은 미국과 일본에 대해서는 전향적인 대화자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은 지난 28~29일 미국 뉴욕에서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정책 특별대표등과 만나 북핵문제 등 양국 간 현안을 논의했습니다. 회담이 끝난 뒤 미 · 북 양측은 회담에 대해 '건설적이고 실무적'이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추가회담 가능성을 내비쳤습니다.

또 북한은 최근 중국에서 일본 민주당 나카이 히로시 전 납치문제담당자와 비밀접촉을 통해 관계개선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남한 민간단체인 민족화해협력 범국민협의회(민화협)와 천주교가 북한으로 보낸 밀가루 400t 등 경제지원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처럼 북한이 남한 당국을 제쳐놓고 미국, 일본, 남한 민간단체와 제휴하려는 의도는 무엇일까.

그것은 북한이 북 · 미 대화 나가서 북 · 일 교섭을 어느 정도 진전시킴으로써 남한의 이명박 정부로 하여금 고립감, 초조감을 갖도록 하여 향후 남북대화에서 유리한 협상입지를 확보하려는데 목적이 있다고 보입니다. 아울러 남한의 친북성향 민간단체나 종교단체와의 연대를 통해 필요한 식량, 의약품, 물자 지원을 받음은 물론 통일전선 형성에 의한 남한정부 고립을 획책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의 일방적인 환상일 뿐 현실성이 없는 어리석은 시도라고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대북정책에 있어서 한-미공조가 그 어느 때 보다 잘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북대화 없는 북 · 미 대화 진전이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한 남한 민간단체의 대북지원이라고 해봐야 그 규모가 얼마나 되겠으며 남한당국과 민간을 이간시키는 이른바 '민, 관 분리정책'도 바닥이 드러난 지 오래입니다.

특히 북한도 최근 내린 폭우로 인해 남한지역과 마찬가지로 적지 않은 피해를 입은 상황에서 국제기구에 수해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긴급 상황에서 북한을 즉각 통 크게 도와줄 나라는 미국도 일본도 아닌 남한 당국밖에 없다는 사실을 그들도 부인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북한당국은 대남 이중적 행태를 버리고 진정성을 갖고 남북대화에 나와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