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남한의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이 내란 음모혐의로 구속된데 대해 남한 정부를 비난하면서도 대화국면을 유지하려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북한은 지난 6일, 이석기 의원 사건과 관련해 “이번 사건을 우리와 억지로 결부시켜 보려고 하는 것은 참을 수 없는 모독이고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북한은 이번 사건이 “남한정부가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의혹으로 위기에 몰리자 심각한 통치위기를 모면해 보려고 공안정국을 조성하면서 21세기 마녀 사냥극을 벌이고 있는 것”이라고 비난했습니다.
또 7일, 노동신문에는 “통합진보당 활동은 지령이 아니라 자발적인 것이며 국가정보원 해체에 앞장서서 탄압하는 것”이라고 보도하면서 “남북은 대화와 협력의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남북친선확대를 강조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습니다.
이와같은 북한 태도는 이석기 사건이 자기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남남갈등을 조장하면서 남북대화를 통한 경제적 실리 획득에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나 지난 5월 이석기 등이 참여한 비밀회합 녹취록은 대한민국 국가전복 기도를 준비한 결정적 증거로, 여론조사에서 남한 국민의 61%가 내란음모를 사실로 믿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남한 수사당국은 여러 가지 정황으로 보아 북한과 연계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이에 수사의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선 이석기가 주도해온 지하조직이 지난 1992년, 북한지령에 의해 결성됐다가 적발된 민혁당의 잔존 세력으로 구성돼 있고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내세우고 투쟁해온 혁명조직이라는 점입니다.
또한 2011년 북한의 지령을 받아 국가전복을 기도했던 ‘왕재산 간첩사건’과도 유사한 면이 적지 않습니다. 녹취록 내용을 보면 이석기는 조직원들에게 유사시 통신, 교통, 유류저장소 등 국가기간 시설 파괴를 명령했습니다. 왕재산 사건 조직원들도 유사시에 행정기관과 방송국 등을 장악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인천 지역 저유소, 주안 공업단지 등에 대한 폭파준비를 완료하며, 2014년까지 공산혁명을 위해 무장대를 결성할 수 있도록 준비하라고 지령을 내렸습니다.
무엇보다 수사당국은 이석기 조직이 이메일 등을 이용, 재미(在美) 조직원을 통해 기업인으로 위장해 중국에서 활동 중인 북한 측과 우회 접촉한 흔적을 찾아내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한 일부 조직원이 북한에 몰래 드나들었던 증거도 공안당국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석기를 비롯한 통합진보당 사람들은 국회의원 자격으로 국방부에 각종 주요 군사기밀에 관한 자료요구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북한은 작년 9월 전시사업세칙을 개정했는데 그 중에 ‘남조선 애국역량의 지원요구가 있거나 통일에 유리한 국면이 마련될 경우’ 전시상태를 선포하는 것으로 돼 있습니다. 남조선 애국역량이란 곧 이석기류의 종북세력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북한이 그동안 남조선혁명을 위해 지하당 구축 등 대남공작을 강화해온 것은 세상이 다 아는 일로써 앞으로 이석기 사건의 북한과의 연계성이 밝혀질 경우 남북관계에 미치는 파괴력은 엄청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