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칼럼] 북한의 잦은 경제 책임자 숙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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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당국이 고위급 경제 관료를 빈번히 숙청함으로써, 경제회생의 발목을 잡고 있어 북한 경제의 앞날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경제문제에 자신이 없는 김정일은 '수령님께서는 생전에 내게 절대로 경제 사업에 말려들어서는 안 된다고 하셨다.'는 핑계를 내세워 그동안 경제문제를 관료들에게 일임해왔습니다. 그런 후에 성과가 나타나지 않거나 개방·개혁문제가 거론되면 당사자의 목을 치는 행태를 되풀이해왔습니다. 그 결과 1990년대 이후 숙청된 고위 경제 관료가 최소 9명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들은 김달현 부총리를 비롯해 서관희 농업비서, 김정우 대외경제협력추진위원장, 김무성 무역성부상, 박봉주 내각총리, 정운업 민족경제협력위원장, 박남기 당 계획재정부장, 김영일 내각총리, 홍석형 당 계획재정부장 겸 경제비서 등입니다.

이 가운데 복권된 사람은 작년 당 경공업부 제1부부장으로 복귀한 박봉주 전 내각총리가 유일하며 나머지는 총살되거나 행방이 묘연한 상태입니다. 이들 대부분은 중국식 개혁 개방을 주장했거나 화폐개혁과 같은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지고 목이 잘린 희생양들입니다. 그렇다면 김정일이 이와 같이 잇따른 경제 책임자들의 숙청을 통해 파탄지경에 이른 북한경제를 회생시킬 수 있을까? 그 대답은 한마디로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북한경제를 깊은 수렁 속으로 빠트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다 아는바와 같이 북한경제를 회생시키기 위해서는 기본 정책을 바꾸어야지 사람만 바꾸어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현재 북한 경제구조를 보면 2,400만 인구 가운데 배급제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인구는 당간부, 군인, 평양시민 등 400여만 명 정도이고 장마당과 같은 사경제에 의해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2,000여만 명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전자가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반면 후자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살아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북한 주민들이 생필품의 80~90%, 식량의 60~70%를 장마당에서 조달할 정도로 사경제 의존도가 높아짐에 따라 김정일 정권에 대한 충성도가 낮아지고 있는 현상은 북한경제 운용에 있어 사경제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단계에 와있음을 의미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사회주의 시장경제원리를 수용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중국식 개혁 · 개방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합니다. 이것은 역사적 추세이며 거역할 수 없는 북한주민들의 요구이기도 합니다.

아울러 김정일이 경제를 살리려 한다면 핵개발을 하루속히 포기해야 합니다. 북한 언론들은 최근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을 부쩍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한 · 미 양국이 6자회담 재개 사전조치로 핵무기용 우라늄농축 중단을 요구하고 있는데 대해 자기들은 평화적 목적용 개발이라고 우겨댐으로써 본래의 의도를 숨기려는 술책에 불과합니다. 북한의 핵개발은 국제적 제재를 계속 불러올 것이고 그것은 경제파탄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핵 포기가 개혁, 개방과 함께 북한경제 희생의 관건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