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함께 세계에서 가장 폐쇄된 국가 중의 하나였던 미얀마에서 변화의 물결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지난달 미얀마의 상징인 쉐나곤 파고다 앞에 모인 미얀마의 승려들이 수만 군중과 함께 군사정권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올해 3월 취임한 테인 세인 대통령은 정치범 석방에 이어 노조를 인정하고 시위도 허용함으로써 미얀마에 자유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미얀마 민주화의 상징인 아웅산 수치 여사의 가택연금도 해제되고 그가 이끄는 '민주주의 민족동맹'의 활동도 허용됐습니다.
우리는 이 같은 미얀마의 정치적 변화를 보면서 북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미얀마와 북한은 지리적으로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닮은 점이 적지 않았습니다. 미얀마는 극심한 인권탄압으로, 그리고 북한은 핵을 개발하는 이유로 국제사회로부터 나란히 제재를 당해왔습니다. 국제사회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는 양국은 그동안 밀접한 정치적, 군사적 협력관계를 유지해왔습니다. 지난 1983년 아웅산 묘소 테러사건으로 북한과 국교를 단절했던 미얀마가 2007년 국교를 재개한 후 두 나라는 급속히 가까워졌습니다.
북한은 미얀마에 핵개발 및 땅굴굴착 기술을 지원하고 미사일 관련 장비를 제공해온 것으로 의심을 받아왔습니다. 이 같은 군사협력에 우려를 표명해온 미국은 최근 미얀마의 민주화 변화를 보면서 양국 관계개선을 위한 신호를 보내고 있습니다. 미국의 클린턴 장관은 지난 1일, 미얀마의 수도 네피도에서 세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미국 국무장관이 오랜 고립의 나라이며 적대국인 미얀마 대통령과 회동한 것은 그 자체로 커다란 의미를 갖습니다.
또 클린턴 장관이 양곤에서 민주화의 상징인 수치 여사를 만난 것도 미얀마의 민주화 개혁에 대한 긍정적 평가이며 양국 관계개선의 의지를 표출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클린턴 장관이 세인 대통령과 만난 자리에서 국제기구의 미얀마에 대한 경제지원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미국과 미얀마 관계개선의 조건으로 미얀마가 북한과의 군사적 연대를 끊을 것을 요구한 것은 주목되는 현상입니다.
이처럼 미얀마가 정치개혁과 개방의 길로 나아감에 따라 폐쇄와 고립 속에서 독재정치를 펴는 국가는 북한만 남게 됐습니다. 북한은 지난 달 30일, 우라늄 농축과 경수로 건설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힘으로써 핵 포기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습니다. 김정은은 3대 권력세습의 한 방편으로 탈북자에 대한 사살명령을 내리는 등 억압과 공포정치에 매달리고 있습니다.
또 강성대국 진입의 해인 내년을 앞두고 이미 바닥이 난 국가재원의 주민 차별화 정책을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습니다. 아랍권의 민주화 열풍에 이어 장기 군사 독재국가인 미얀마까지 변하는 마당에 북한만 세상의 변화와 담을 쌓고 있는 것입니다. 북한당국이 이처럼 역사적 변화의 조류를 역류하면서 세계의 고아로 전락해 갈 경우, 그 끝이 어떠하리라는 것은 불을 보듯이 뻔한 일입니다. 북한당국은 이제라도 미얀마를 보고 배워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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