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의 무역규모가 연간 1조 달러를 돌파함으로써 남북한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지고 있습니다. 남한 정부는 지난 5일을 기해 연간 수출 5,150억 달러, 수입 4,850억 달러로 무역 1조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로써 남한은 세계에서 무역 9대국의 반열에 오르게 됐습니다.
특히 수출증가율이 세계 1위를 차지함으로써 세계 경제사를 바꾸는 기적을 이룩하고 있습니다. 남한에 앞서 무역 1조 달러를 달성한 국가는 미국, 일본, 독일, 중국,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모두 8개국입니다. 이들은 모두 과거 식민지를 경영한 제국주의 국가였습니다.
그러나 남한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식민지 피지배국에서 독립한 국가로, 무역 1조 달러를 이루어낸 것은 경이적인 사건입니다. 무역은 남한 경제, 나아가 남한이라는 국가를 성장, 발전시킨 가장 강력한 원동력으로써, 무역구조면에서도 수입보다 수출이 많은 것은 수출주도형 경제발전국가임을 나타내는 것입니다. 1960년대 초반, 철광석과 우뭇가사리로 만든 한천, 오징어 따위를 수출하던 남한이 이제는 반도체와 자동차, 선박이 주력 수출품인 제조업 강국으로 성장한 것입니다.
우리는 이 같은 남한 경제발전상을 보면서 뒷걸음치고 있는 북한경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90년부터 9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던 북한의 경제성장률은 2000년대 초반에 플러스 성장을 보이다가 중반 이후 다시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섰습니다. 이로 인해 2009년 기준으로 북한의 국민총생산은 224억 달러로 남한의 1대 37.4에 불과하며 1인당 국민소득은 960달러로 남한과는 18배나 차이가 납니다. 또 무역규모는 34억 달러 수준으로 남한이 201.4배 앞서가고 있습니다.
북한무역의 특징은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무역역조현상과 더불어 무역 총액의 4분의 3 이상을 북, 중 무역이 차지하고 있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크다는 사실입니다. 북한의 중국에 대한 핵심적인 수출 품목은 무연탄, 아연, 동 등 광물로 전체 수출규모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중국에 헐값에 수출하고 있는 광물자원들은 북한의 산업정상화에 필요한 기초 원자재임은 물론 통일한국이 이어받아야 할 귀중한 민족자원으로써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습니다.
북한경제가 침체된 원인은 폐쇄적인 경제구조와 통제경제정책을 유지해온데 다가 군수산업 중시정책, 과도한 국방비 투입 등 구조적 문제점 때문입니다. 북한당국은 이러한 문제들을 대중동원과 외자유치 등을 통해 해결하려하고 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북한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폐쇄 · 통제 경제구조를 개방 · 개혁 경제구조로 전환하고 과도한 군사비 지출을 줄이며 시장경제 원리를 도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개혁 · 개방을 체제붕괴로 인식하고 있는 북한당국은 한사코 개혁 · 개방을 거부하고 있으며 핵무기 개발을 계속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계속 자초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남한을 비롯한 외국회사와 맺은 계약과 합의도 일방적으로 파기함으로써 국제적 신뢰마저 상실한 상태에 놓여 있습니다. 북한당국이 이러한 모순을 시정하지 않는 한 남북한 경제력 격차는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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