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대] 김정은 홀로서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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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은 최근 장성택 처형과 김정일 사망 2주기를 계기로 본격적인 김정은 시대를 개막했습니다. 김정은은 전격적인 장성택 처형 후 군 설계사무소와 마식령스키장 건설 현장 등을 방문함으로써 자신의 권력이 안정적이란 점을 과시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김정은 정권의 붕괴 징조를 장성택 판결문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군사재판 판결문은 ‘장성택이 앞으로 인민과 군인들의 생활이 더 악화되면 군대도 정변에 동조할 수 있지 않겠는가 생각했다.’고 비판했습니다. 북한의 2인자였던 장성택이 경제가 무너지고 국가가 붕괴되는 시기를 예상했다는 주장이 나온 사실로 미루어 볼 때 김정은 체제가 밖에서 보는 것과는 달리 얼마나 불안한가를 알 수 있습니다.

우선 김정은은 국정목표인 핵, 경제 병진노선을 계속 추진해야 합니다. 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6자회담이 재개되어야 하는데,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진정성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한다는 남한, 미국, 일본 측 주장과 조건 없는 회담재개를 주장하는 북한 입장이 충돌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 핵을 체제유지의 최고 버팀목으로 삼고 있는 김정은이 핵을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고 이로 인해 국제적 대북압박은 계속될 것입니다. 또한 경제건설을 위해서는 장성택이 설계해 놓은 개혁, 개방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야하는데, 그럴만한 소신과 능력을 가진 사람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장성택은 중국식 경제개혁의 상징으로 여겨진 인물로서, 장성택과 그 추종세력들에 대한 숙청은 북, 중 경제협력은 물론 북한경제에 공황상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미국의 <뉴욕타임지>는 ‘장성택 처형은 북한 경제개혁에 대한 사형 통지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북한경제의 회생을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정상국가이고 안정적이며 신뢰를 지키는 나라라고 하는 인식을 심어주어야 합니다. 그런데 장성택에 대한 잔인하고 극악무도한 처형은 이러한 경제발전의 필요요건을 한꺼번에 날려보냈습니다.

공포정치는 북한체제의 균열과 정책의 대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많습니다. 이번 장성택 숙청을 본 당, 정, 군의 간부들은 우선 살아남기 위해 앞으로 아첨과 충성경쟁을 치열하게 벌일 것입니다. 국정운영 경험이 없는데다 충동적이고 즉흥적인 정책결정을 하는 김정은에게 바른 말은 하지 않고 그의 비위만 맞추는 말만하다보면 김정은의 오판을 부를 수 있고 그것이 쌓이게 되면 국가파탄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공포정치가 단기적으로는 체제를 안정시키는 기능을 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체제균열을 가져오게 마련입니다. 특히 경제파탄으로 곳곳에 불만이 쌓이고 계속되는 공포정치와 숙청으로 인한 피해자들이 증가할 경우 체제저항 세력은 더 확대될 것입니다.

김정은은 지난 13일, ‘조국의 번영’에 기여한 주민과 군인들에 대해 대대적인 표창을 수여함으로써 민심잡기에 나섰지만 그렇다고 하여 이미 등 돌린 민심이 되돌아오리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김정은은 장성택에게 지난 2년간의 자기 실정(失政)책임을 모두 전가했지만 장성택이란 ‘안전판’이 제거된 내년부터는 본격적인 홀로서기에 나서야 합니다. 그러나 그의 홀로서기는 살얼음판이나 칼날 위로 걸어가는 것과 같은 위기의 연속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