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생각, 평양생각] 북에선 꿈도 못 꾸던 운전면허증 남에선 온 가족이...

2008-05-19

화창한 봄날이 무르익어 가는 5월에 저희 가정에 겹경사가 났습니다.

며칠 전 저녁을 일찍 먹고 싱그러운 아카시아 꽃향기를 맡으며 마을 아파트 단지를 거닐고 있는데 아들한테서 전화 한통이 걸려 왔습니다. 자동차 운전면허시험에 합격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전날엔 작은 딸이 자동차 운전면허증을 받았는데, 이번에 아들까지 면허증을 땄다는 소식을 듣고 저는 너무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질렀습니다.

우리 가족은 남한에 온 지 4년 만에 모두 자동차 면허증을 땄습니다. 이곳 남한 주민들에게는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저에게는 큰 기쁨입니다.

남한에 와서 우리 아이들이 자동차 학원에 가겠다고 할 때, 저는 승낙을 하지 않았습니다. 서로 다른 체제인 이곳 자본주의 사회에 와서 적응하기도 힘든데 자동차 면허증부터 손에 쥐면 차를 사 달라고 할 것이고, 또 자동차를 구입하면 질서 없이 마구 몰고 다닐 것 같아서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출가를 한 딸이 면허증을 따서 차를 운전을 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을 보고 저도 남편의 소원이기도 한 운전을 한번 해보고 싶어서 자동차 학원을 다니면서 운전면허증을 땄습니다.

엉겁결에 학원에 접수를 했고, 필기시험을 위한 준비를 하면서 수업 내용을 잘 이해 못해 조금 힘들었던 기억과 운전 기능 검정과 도로 주행을 하며 무섭고 힘들었던 기억들이 새삼스럽게 생각났습니다.

어렵게 따낸 자동차면허증을 한참 동안 내려다보며 눈물을 흘렸던 것도 기억났습니다.

큰 딸과 저에 이어 작은 딸, 아들까지 이제는 모두 자동차운전면허증을 갖게 됐다니 생각만 해도 배가 부릅니다.

사실 이곳 남한 주민들은 누구나 고등학교와 대학을 졸업하고 군에 가기 전이나 혹은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우선적으로 운전면허증을 취득하는 것이 일반적인 일입니다. 그래서 운전면허증 따는 것을 대단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 탈북자들에게는 큰 소망입니다.

탈북자들은 이곳 남한에 도착하면 맨 처음으로 손에 쥐는 자격증이 운전 면허증이랍니다. 교통수단이 열악하고 노동자 생활에서는 운전수 직업을 제일 좋은 직업으로 느끼고 있는 북한 체제에서 살았던 우리 탈북자들이 갖고 있는 공통의 소망인 것 같습니다.

어린 시절 저의 장래 희망도 운전수 직업을 가진 남편과 결혼하고 차를 타고, 가족과 바다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었고, 저도 직접 상업계통에 종사하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에서는 가정에 운전수와 판매원이 있으면 남들보다 잘 살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작은 꿈을 가지고 있었답니다.

남편은 자동차 기업소에서 근무를 했으나, 운전수가 아니었기 때문에 항상 차를 운전해 보고 싶은 소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남편은 세상을 떠날 때까지 소망을 이루지 못했지만 남은 가족들이 남한에 와서 남편의 소망을 대신 이루게 됐습니다.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인민반에 출판지도국 국장운전수와 구역 행정위원장 운전수가 살았는데 이들은 명절 휴식 날 가끔 가족이 차를 타고 다녔습니다. 이 모습을 본 우리 아이들은 아빠는 왜 차가 없느냐고 떼를 쓰곤 했습니다. 군에 입대한 시동생이 화물차를 가지고 집으로 왔을 때 아이들은 운전석에 앉아 우리도 차가 있다고 한없이 자랑을 했었습니다.

북한에서는 자동차를 갖는 것이 하늘의 별따기지만 이곳 남한 사람들은 집을 세 들어 사는 경우라도 대부분 승용차 한 대씩은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말이면 온 가족이 승용차를 타고, 산으로, 바다로 계곡으로 놀러가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남한에는 경치 좋은 곳에는 문화 관광지가 만들어져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꽃피는 봄날이면 봄꽃 축제장을 찾아 가고 여름이면 방학을 한 아이들과 함께 산이나 바다로 놀러 가고 가을이면 단풍구경놀이와 각종 과일과 농산물 축제장을 찾고 있습니다.

저도 올 여름 휴가 때는 아들, 딸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시원하고 검푸른 남해 바닷가 해수욕장에 가서 좋은 추억을 만들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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