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향후 내수상품 광고법도 만들듯”

서울-박성우 parks@rfa.org
2012.11.19

앵커: ‘광고법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내용의 글이 김일성종합대학 학보에 실렸습니다. “자본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광고에 관한 법령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눈길을 끕니다. 그 이유를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일성종합대 학보 2012년 3호에 실린 글의 제목은 “수출품 광고의 이용에서 나서는 기본요구”입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글은 수출용 상품에 대한 광고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광고가 수출을 발전시키고 국가의 대외적 권위를 높인다”는 겁니다.

이 글은 “광고 활동에 대한 국가적 지도와 통제를 원만히 실현하기 위해서는 우선 광고법을 정확히 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런데 왜 이 글은 ‘수출용 상품’을 광고할 대상으로 겨냥했을까.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의 임을출 연구교수는 19일 북한이 과거 금강산관광지구나 개성공업지구 등을 위한 특구법에서 ‘광고 규정’을 만든 전례가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번에 수출품 광고에 대한 법률 제정의 필요성을 언급하는 걸 보면 앞으로 광고의 영역을 내수품으로까지 점차 확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임을출: 1차적으로 수출제품 광고에 집중하고, 어느 정도 국내 상품에 경쟁력이 제고된다든지, 또 많은 제품이 나올 경우 내수 상품 광고로 옮겨질 것으로 예상합니다.

이처럼 단계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북한 내수 제품을 광고하려면 그만한 시장이 형성돼 있어야 하는데, 현재 북한 시장엔 자체적으로 생산한 제품보다는 중국산 제품이 더 많이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임을출 교수는 설명합니다.

다시 말해, 현재로선 광고를 할만한 내수용 제품이 많지 않다는 뜻입니다.

한편, 북한 당국이 김일성종합대 학보를 통해 ‘수출품 광고’에 대한 글을 발표한 이유와 관련해 임 교수는 “학술적 차원에서 특정 사안의 공론화를 시도한 다음 여론의 흐름을 분석해 정책화하고 법과 제도로 이행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습니다.

임을출: 김일성종합대학 학보는 선제적 대응을 하는, 또는 북한의 경제 정책의 담론을 주도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일성종합대 학보는 과거에는 역사와 법학 분야의 글을 많이 다뤘지만, 최근에는 경제관리 개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세계 경제가 흘러가는 방향을 설명하고 북한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를 학술적으로 접근하는 내용의 글이 자주 발표되고 있다고 임을출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북한에서는 현재 평양신문이 상업성을 띄는 광고를 가끔 게재하고 있으며, 조선중앙TV나 노동신문 등 다른 매체들은 광고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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