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북한의 이동통신 이용자가 45만 명에 이른다고 한국 정부의 고위 당국자가 12일 말했습니다. 북한 정부는 이동통신 시장이 체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을 거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도 중동 지역에서처럼 휴대전화가 민주화 바람을 부추길 수 있을까? ‘북한 이동통신 현황과 투자 기회 및 전략’을 주제로 서울에서 12일 열린 국제회의에서도 이 질문은 핵심 화두로 등장했습니다.
영국에 있는 통신시장 분석기관인 오범(Ovum)에서 신흥 통신 시장의 연구를 총괄하는 엔젤 도바르드지에브 씨는 “현재 북한 정부도 바로 그 질문에 답해야 하는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합니다.
도바르드지에브:
이동통신 기술은 경제•사회적 발전의 동인이기도 하지만, 또한 사람들을 격려하고, 연결하며, 궁극적으로는 사회를 불안하게 하는 요인이기도 합니다.
이동통신 기술의 이 같은 양면성을 고려할 때, 북한 정부가 현재 취할 수 있는 대책은 제한적이라고 도바르드지에브 씨는 평가했습니다.
도바르드지에브:
저는 북한 정부가 통신 시장의 경제적 이득을 고려해 통신 시장의 발전을 계속 추진할 거라고 봅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체제 위협 요인인 인터넷에 대한 접근은 통제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북한의 이동 통신 시장은 이집트의 오라스콤이 독점하고 있습니다. 2008년부터 북한에서 3세대 이동 통신망을 구축해온 오라스콤의 독점권은 2012년까지 유지됩니다.
도바르드지에브 씨는 오라스콤이 왜 북한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그 내막을 잘 알지 못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부는 오라스콤의 사업 기록을 보고 마음이 끌렸을 것(attracted)이라고 추정합니다.
오라스콤이 짐바브웨나 방글라데시, 파키스탄이나 튀니지 같은 사업하기 힘든 정치적인 시장(difficult and challenging political markets)에 진출했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일하지 않겠느냐는 추정을 한 것 같다는 겁니다.
도바르드지에브:
오라스콤의 사업 기록은 북한 정부를 안심시키는 데 매우 효과적이었던 것 같습니다. 오라스콤은 통신과 관련한 일 이외의 다른 사안에는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 거지요.
한편, 이날 국제회의 축사에서 엄종식 통일부 차관은 “북한의 이동통신 서비스가 2008년 12월 이집트 오라스콤사와 합작으로 재개된 이래 가입자 수가 작년 말 현재 45만 명에 이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엄 차관은 또 “지난 3월 북한 스스로 전국적인 3세대 이동통신망을 형성했다고 발표했고 외신 등을 통해 평양의 젊은이와 시민이 휴대전화를 쓰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면서 “이는 권력 엘리트층에 한정했던 이동통신 이용자의 범위가 점차 다양해지고 있음을 말해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엄 차관은 그러나 “북한은 주민 통제와 체제 결속에 주력하면서 주민의 정보 유통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라면서 “최근 확산하는 중동 민주화 물결을 보며 체제 위협 요소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서울에 있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이번 국제회의는 조선일보의 경제투자 매체인 조선비즈(Chosunbiz)가 주최했고, 통일부와 자유아시아방송 등이 후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