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들, 억지 통곡에 지쳐

서울-문성휘 moons@rfa.org
2011-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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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들이 눈을 맞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고 있다.
북한주민들이 눈을 맞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추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 19일 이후 김정일 국방위원장 추모행사에 참가하는 주민들이 당국의 지나친 감시와 압력으로 억지로 통곡해야 하는데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억지 눈물에 지친 주민들은 장례가 빨리 치러지기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자세한 소식, 문성휘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추모행사에 강제로 끌려나온 주민들이 보위부의 삼엄한 감시 때문에 억지로 우는 흉내를 내고 있다고 북한 내부 소식통들이 전해왔습니다. 소식통들은 “이 지긋지긋한 날들이 빨리 지나갔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렸습니다.

최근 연락이 닿은 함경북도 소식통은 “공장, 기업소별로 정해진 시간대에 하루 두 번씩 (김정숙) 동상을 찾아가 애도해야 한다”며 “동상을 갔다가 오는 길에는 또 시 연구실에 들려 한 시간씩 울어 주어야 한다”고 전했습니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아침시간대에 추모객들이 몰려 혼잡을 빚다가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주민들로 조문식장이 텅 비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동, 구역별로 조문시간을 정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일단 정해진 시간이 되면 공장, 기업소나 인민반별로 먼저 김일성의 동상부터 찾아 조의를 표한 후 집단적으로 김일성 혁명활동 ‘연구실’에 마련된 조문식장에 들려 한 시간씩 추도음악을 들으며 김 위원장의 사망을 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하루에 두 번씩 들려 통곡해야 하는 날들이 계속 반복되다보니 조문식장에 나가도 더 이상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며 울지 않으면 보위원들이 불러내기 때문에 억지로 우는 흉내라도 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양강도 소식통도 “1~2분도 아니고 하루 두 번씩이나 한 시간씩 앉아 통곡 한다는 게 어디 쉬운 일이냐?”면서 “눈물은 어데서 수입할 수 없는가?”라고 우스갯소리를 했습니다.

양강도 혜산시는 300석 규모의 시 회의실, 500석 규모의 시 문화회관과 김정숙 예술극장에 조문식장을 마련했는데 조문식장 안에는 김 위원장의 초상화를 중심으로 양쪽에 10군단과 국경경비대 군인, 고사총 중대 여성군인들로 세 명씩 호위근무를 선다고 합니다.

또한 옆에 있는 소회의실이나 대기실들에는 완전무장한 기동타격대 대원들과 보안원들, 시 병원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소식통은 조문식장 안에는 항시적으로 열댓 명의 보위원들이 지켜 서서 주민들을 감시하고 있다며 울지 않는 사람들은 따로 불러내 “조문에 불성실하다”, “여긴 왜 왔느냐?”고 협박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따로 불러 낸 사람들에 대해서는 이름과 해당 직장, 주소까지 확인하고 있어 조문식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공포감이 앞선다고 강조했습니다.

소식통들은 김일성 주석이 사망했을 때에도 장례식이 끝난 다음 사상투쟁의 형식으로 ‘애도기간 총화’가 있었다며 조문식장에서 울지 않아 이름이 찍힌 사람들은 ‘애도기간 총화’때에 사상투쟁 무대에 올라서 혹독한 비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김일성 주석의 장례식 때에도 “따로 조문식장을 차려놓고 억지로 울도록 강요하지는 않았다”며 “집안 식구들 끼리는 제발 애도기간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고 노골적인 불평을 한다”고 요즘 하루하루를 힘겹게 보내는 북한 주민들의 심경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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