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명절인 추석을 맞아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번을 포함해서 지금까지 모두 18차례의 이산가족 상봉이 있었습니다. 지난 1985년에 한 차례, 그리고 2000년부터 2007년까지 매년 두 차례씩 열렸었습니다. 북한에 있는 가족을 만나고 싶다고 신청한 남한 사람들은 모두 12만 명이 넘습니다. 이 가운데 지금까지 1,750명 정도만 북에 떨어져 있는 가족을 만나는 행운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12만 명의 신청자 가운데 이미 4만 여명은 작고했습니다. 살아있는 분들 중에도 80대 이상이 3만 2천여 명, 70대 이상이 3만 3천여 명에 달합니다. 지금도 하루에 10명꼴로 이산가족 상봉 신청자들이 세상을 뜨고 있는 현실입니다. 앞으로 10년만 지나면 이산가족을 만날 수 있는 분들의 수가 더욱 줄어들 것입니다. 그만큼 이산가족 상봉은 모든 조건을 떠나서 더 빨리 더 많이 만날 수 있도록 서둘러야 하는 민족적 과제입니다.
남한에서는 이산가족 상봉을 제도화하려고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지만 북한이 제대로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동포들이 잘사는 남한 가족을 만나봐야 자본주의 물만 들고 체제유지에 득이 될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북한 정권은 자기들이 노리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서만 제한적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해왔습니다.
남한에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거의 2년간 중단했던 이산가족 상봉을 이번에 북한 당국이 재개한 가장 큰 이유는 남한의 경제지원이 아쉬워서입니다. 북한에서는 김정일이 현대아산 현정은 회장을 접견한 자리에서 허락한 것처럼 선전하고 있지만, 2년간을 막았던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한 것은 특별히 바라는 게 있기 때문입니다. 장재언 북한조선적십자 회장은 이번 상봉은 북에서 특별히 호의를 베푼 것이니 남에서도 상응하는 호의를 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합니다. 상응하는 호의란 비료나 쌀 지원과 같은 경제지원일 것입니다.
이산가족 상봉을 호의의 표시라고 하는 북한 당국자의 말에는 이산가족 문제를 보는 북한 정권의 인식이 그대로 담겨 있습니다. 그들에게 있어서,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적,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거래의 수단에 불과할 뿐입니다. 우리 속담에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보면서, 우리는 철저하게 김정일과 그의 정권을 위해서 움직이는 북한의 차가운 실체를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에는 보통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인권'이 없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북한의 새 헌법 8조에 근로인민의 인권을 존중하고 보호한다고 되어 있다지만, 이런 문구만으로 국제사회가 북한에 인권이 있다고 인정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인권에 대한 북한 정권의 기본인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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