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주민 "조선 돈 영 쓸모 없네"

중국-김준호 xallsl@rfa.org
2013.03.25
chaha_market-303.jpg 북한 신의주시의 채하시장에서 매대에 각종 생활용품과 식료품, 공산품을 진열해놓고 판매중인 상인들.
사진-연합뉴스/조선일보 제공

앵커: 북한 주민들의 자국화폐에 대한 불신풍조가 날로 심화 되어 북한 돈의 화폐로서의 기능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중국에서 김준호 특파원이 보도합니다.

최근 북한 주민들에게 북한 장마당 물가를 물어보면 대부분 북한 돈이 아닌 중국 인민폐나 미 달라화를 기준으로 대답합니다.

자유아시아 방송(RFA)이 최근 중국에 나왔다는 량강도 주민에게 장마당 쌀값을 물어봤더니 “한 킬로에 5원 한다”고 대답했습니다. 기자가 “북한 돈으로는 그게 얼마쯤 되느냐”고 다시 물었더니 “내가 나오기 전까지는 인민폐 1원이 국돈(북한 돈)으로 1천400원쯤 했으니 7천원이 되겠는가”라고 대답했습니다.

환율이 자주 변하는 탓에 자신이 중국에 나온 며칠 동안의 환율 변동을 알 수가 없어 국돈(북한돈)으로 확실하게 대답하기가 어렵다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요즘 장마당에서 남새(채소) 장사꾼이나 국돈을 받을까 국돈 받고 물건 팔아주는 사람은 거의 없다”면서 “그러다 나니 환율에 신경 쓸 일도 없어서 환율에 대해서 정확하게 대답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은 평양도 마찬가지여서 평양주민들에게 쌀값을 물어보면 “쌀 한 킬로에 한 달라가 조금 못 된다”라든가 “한 달라면 쌀 한 킬로를 조금 넘게 살 수 있다”는 식으로 대답하는 사람이 많아 북한 돈으로 환산하려면 현재 환율을 알아보고 계산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중국과의 국경연선 지방에서는 중국 인민폐가, 평양 등 내륙 지방의 장마당에서는 미 달라화가 주로 유통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물건값을 계산할 때 북한 화폐가 아닌 중국 인민폐나 미 달라화로 하는 게 더 익숙하다는 설명입니다.

평안북도 신의주에서 온 한 주민은 “국돈(북한 화폐)에 대한 주민들의 경시 풍조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국돈은 장마당에서 유통수단으로서의 지위를 상실해 가고 있으며 이를 다시 바로잡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조선의 경제는 이제 더 이상 나빠질 게 없는 막장에 다다른 것 같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중국의 한 대북 소식통은 “북한 뉴스를 취급하는 한국 언론들의 기사에서 북한물가 수치가 차이가 나는 경우를 종종 본다”면서 “이는 수시로 변하는 북한 환율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앞으로 북한물가를 보도할 때 정확성을 기하려면 중국 인민폐나 미 달라화를 기준으로 보도하는 게 안전한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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