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 설치작가 “평양 전시회 희망”

워싱턴-김진국 kimj@rfa.org
2014.08.08

앵커: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한국전쟁의 분단으로 인한 비극과 이산가족의 상처와 치유를 주제로 전시회를 열었던 설치미술 작가는 올 가을 독일 전시 이후에는 북한에서도 전시회를 열고 싶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김진국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달까지 두 달 동안 미국 워싱턴 D.C.에서 한국전쟁 상처와 치유를 주제로 미술 전시회를 열었던 이은숙 작가는 작품을 보러 온 미국에 사는 한인 이산가족과 한국전쟁 참전 미국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면서 평양에서도 같은 주제로 전시회를 열고 싶다고 전시회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달 31일,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말했습니다.

이은숙 작가: 2000년대 중후반까지 독일이 평양에 문화원을 두고 있었습니다. 당시 독일문화원 원장이 평양에서 제 전시회를 열기 위해 북한당국과 협상했지만, 반대하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이 작가는 함흥에서 월남한 아버지가 한국 경상남도 거제도에 있던 피난민 수용소에서 평양의대를 다니다 전쟁을 피해 남쪽으로 내려온 어머니를 만나 결혼한 가족의 이력 때문에 분단과 이산가족이라는 주제에 자연스럽게 집중하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한국전쟁이 시작된 날인 6월 25일과 총성이 멈춘 정전체결일인 7월 27일이 있는 시기여서 이산가족이자 분단을 극복한 독일에서 성공적인 전시활동을 했던 이 작가의 전시회를 미국의 수도에서 열게 됐다고 주미 한국대사관의 문화원 관계자는 말했습니다.

윤지영 한국문화원 전시담당: 6·25와 7·27이 있는 기간 동안 문화를 통해서 미국인들과 한국전쟁의 의미와 한반도 평화통일의 염원을 나누기 위한 의미였습니다. 첫 날부터 100여 명이 방문했고 이후 많은 분들이 전시장을 찾아주셨습니다.

투명한 판에 다양한 색의 형광 섬유나 사진 등을 압착해서 자외선 발광체로 빛을 발하는 설치 작품으로 형형색색의 빛으로 ‘아픔’ ‘이별’ ‘다시만나고 싶다’ 등의 단어와 문장을 작품으로 표현했습니다.

이 작가는 지난 2007년 독일 브란덴부르크 문 앞에 한국 이산가족 5000명의 이름을 투명한 장벽에 적어 넣은 거대한 설치 조각작품 ‘사라진 베를린 장벽’을 전시해서 독일 현지 언론을 비롯해 다수의 미국과 유럽 언론에 소개되며 주목받았습니다.

이 작가는 오는 11월에 다시 독일 베를린에서 전시회를 열 예정이라면서 기회가 되면 북한에서 전시회를 열어 북한의 이복 형제들을 만나고 싶다는 말을 하며 눈시울을 적셨습니다.

이은숙 작가: 사실 저는 보지 못했지만,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에 그런 말씀을 하셨어요. 북한에서 부모없이 고생하며 살아야 했던 자식들이 이미 죽었을 수도 있다면서 손자 손녀라도 꼭 보고 싶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다시 만나면) 아버지 말을 전하고 유산도 함께 나누겠습니다.

이 작가는 한국전쟁 정전 60주년이었던 지난해 군사경계선과 가까운 한국의 경기도 파주 임진각 공원에서 ‘그리운 북쪽 가족을 부르다’라는 주제로 전쟁의 아픔과 상처를 지닌 가족의 사진과 사연을 설치한 작품을 전시했었다면서 북한에서 같은 주제의 전시회를 열 수 있도록 독일이나 미국 문화 관계자를 통해 계속 북한에 제안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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