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북 식량 지원 Q/A]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인도적 상황을 감안해 북한에 지원할 식량의 규모를 옥수수 1만 톤으로 결정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을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릴 때까지 대북 제재를 내용으로 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1874호를 준수한다는 의미에서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지난달 26일 통보를 받고 아직도 수령 여부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 관한 자세한 소식을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한국의 이명박 정부는 지난해 출범한 뒤 최근까지 북한에 대한 식량 지원을 중단했는데 어떤 배경에서 요즘 옥수수 1만 톤을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까?

허형석:

북한이 10월 16일 개성에서 있었던 남북 적십자사의 실무 접촉에서 인도적 지원을 공식적으로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이후 북한에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북측의 요구가 있으면 검토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 왔습니다. 이명박 정부는 시급한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하고 대규모 지원은 남북 상황을 감안해 남북 당국자 간의 협의를 통해서 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습니다. 이보다 앞서 북한 적십자사의 장재언 위원장은 9월 27일 금강산에서 유종하 대한적십자사 총재를 만나 쌀과 비료의 지원 재개를 우회적으로 요청한 바가 있습니다. 한국 정부는 이번 결정에 장 위원장의 요청도 감안했다고 보입니다.

앵커:

한국 정부가 북한에 지원할 식량을 현재 남한에서 남아도는 쌀이 아닌 옥수수로 결정한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허형석:

두 가지 이유가 있다고 봅니다. 쌀보다 옥수수가 군대나 고위층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한국 정부나 국민은 북한에 지원한 식량이 군용으로 전용되는 사태를 가장 우려하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 인도적 지원이라는 의미가 퇴색합니다. 한국 정부의 당국자들은 이런 맥락에서 쌀보다 옥수수를 주는 편이 일반 주민에 대한 지원으론 훨씬 낫다는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것이 한국 정부가 표방하는 인도적 지원에도 부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한국 정부가 북한으로 들어간 식량의 분배를 현지에서 감독할 수 없다는 이유도 지원할 품목을 옥수수로 결정한 중요한 요인입니다.


앵커:

사실 한국 정부는 상징적 규모인 옥수수 1만 톤보다 더 큰 규모로 북한을 지원할 수 있는 여력과 배경이 있지 않습니까?

허형석:

한국 정부가 올해 남북협력기금을 사용하려는 계획을 보면 쌀 40만 톤과 비료 30만 톤을 지원할 수 있는 7천181억 7천만 원, 즉 미화 6억1천 9백만 달러가 예산으로 책정돼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를 비롯한 정치적 상황이 없었다면 이런 규모의 예산은 북한을 지원하는 데 사용됐을 것입니다. 더구나 남한에서는 쌀이 남아돌아 이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북한에 식량 지원을 해야한다는 소리도 높습니다. 문제는 북한 핵입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지 않는 상황에서 대규모의 식량과 비료를 지원하면 북한의 체제 유지에 도움을 줄 수도 있다고 보고 이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앵커:

북한은 한국 정부의 지원에 대해 아직 공식적으로는 수령 여부를 밝히지 않고 있는데 그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허형석:

지원량이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5월 남측이 옥수수 5만 톤을 지원하겠다는 제의를 거부한 바가 있습니다. 여기에다가 한국 정부가 지원되는 식량이 군대로 흘러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논리를 펴고 옥수수 1만 톤에 인도적 지원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는 행태에 자존심이 상했을 수도 있습니다. 북한은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의 온라인 매체 <우리민족끼리>를 통해 불편한 심기를 10일 드러냈습니다. 이 매체는 옥수수 1만 톤 지원에 대해 “치사하고 속통 좁은 처사”라며 “쥐꼬리만한 물건짝을 내들고 생색을 부리려 하니 뭇매를 맞아 백번 싸다”고 비난했습니다.

앵커:

특히 농촌 출신의 야당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한국의 일각에서는 북한에 옥수수 대신 쌀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왜 이런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까?

허형석:

앞에서 말씀을 드린대로 남한에서는 쌀이 남아나기 때문입니다. 야당 국회의원 25명은 지난달 28일 정부의 옥수수 지원에 대해 “옥수수가 아닌 쌀을 즉각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정부가 공공비축미의 매입 분량을 줄이는 한편 북한에 대한 쌀 지원을 중단함으로써 쌀이 남아돌아 가격이 폭락하고 있다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책임을 지고 북한에 쌀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민주당 소속의 문학진 의원은 “남한의 쌀 재고량이 80만 톤에서 100만 톤까지 이른다”며 “남는 쌀 문제를 해결하고 북한 동포의 아사를 막으려면 이 쌀을 북한에 지원하는 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선 한국 정부의 입장이 중요한데 한국 정부는 어떤 견해를 갖고 있습니까?

허형석:

한국 정부는 수십만 톤에 이르는 대규모 쌀과 비료의 지원은 북한의 핵 상황을 봐가며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현인택 통일부 장관의 말에 정부 입장이 잘 담겨 있습니다. 현 장관은 지난달 6일 국정감사에서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반드시 한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한 뒤 “그렇지만 대규모 식량 지원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의 범위를 벗어난다고 보며 남북 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답변했습니다. 이런 답변은 최소한의 인도적 지원은 하지만 북한의 체제 유지를 돕는 대규모 지원은 북핵 상황과 떨어뜨려 생각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앵커:

북한의 식량 실태를 보여주는 사례로는 최근 어떤 것이 있었습니까?


허형석:

10월 1일 나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보고서를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반 총장은 유엔 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2천400만 북한 주민의 3분지 1 이상이 굶주림에 시달리며 식량난과 헝클어진 보건 체계, 안전한 식음료의 부족으로 인권 달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서울에 있는 삼성경제연구소의 임수호 수석 연구원은 지난달 6일 “북한의 식량 생산량이 작년보다 30만 톤 늘었지만 외부 도입량이 23만 톤 줄었다”면서 국내외 기관의 발표를 바탕으로 2008-2009 곡물연도에 북한이 공급하는 식량을 486만 톤으로 추정했습니다. 이것은 통일부가 추산한 북한의 최소 소요량보다 56만 톤 부족한 분량입니다.

앵커:

네, 지금까지 한국 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에 관해 허형석 기자와 함께 알아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