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
한국 내 민간단체의 대북 인도적 지원이 재개된 가운데 개신교, 불교, 천주교, 원불교, 천도교 등 5대 종단 종교 지도자들이 12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대북 인도지원의 확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한국 정부의 대북 강경 입장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서울에서 노재완 기자가 보도합니다.
“모든 생명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가르침을 늘 가슴에 담고 살아가는 저희 종교인들은 더 이상 북한 주민들의 죽음 행렬을 보고만 있을 수는 없습니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한 종교계 지도자들이 모여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습니다.
12일 오전 서울 한국언론재단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들은 “북한의 식량난이 이렇게까지 심각해진 근본 원인이 계속된 자연재해와 북한 농업정책의 실패로 볼 수 있지만, 한국 정부와 국제사회가 지난 3년간 북한 식량지원을 외면한 탓도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최근 들어선 지방은 물론 평양조차 배급이 끊겨 북한 주민들의 삶은 더욱 피폐해졌다면서 “이대로 가면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시절 보다 더 심각한 대량 아사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이들은 또 “조건 없는 지원만이 북한 주민들이 죽음의 행렬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다”며 한국 정부의 조속한 대북 지원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동학민족통일회 박남수 상임의장입니다.
박남수:
우리 종교인들은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한국 정부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생명을 살리는 일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 소중한 일이고, 우리 인류의 양심상 당연한 의무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날 기자회견에서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은 북한 식량실태 보고를 통해 “북한의 식량 가격이 화폐개혁 전보다 100배 정도 올랐다”며 “북한 주민들이 식량을 구입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상태”라고 우려했습니다.
심지어 “식량배급을 받지 못한 일부 군인들이 주민들의 식량을 약탈하는 일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법륜:
북한 관리들은 우리가 오죽 하면 철천지 원쑤인 미국에까지 식량을 구걸하겠느냐고 말했을 정도로 현재 북한의 식량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대북 식량지원 필요성에 대한 국제 사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종교계마저 이렇게 목소리가 이어지자 한국 정부도 고민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천안함과 연평도 사건에 대한 북한 당국의 사과가 없는 상황에서 한국 정부의 대북 지원은 여전히 어려워 보입니다.
통일부 천해성 대변인입니다.
천해성:
현재 남북 간에 인적교류나 교역이라는 것은 잘 아시다시피 5.24조치 이후에 원칙적으로 중단이 됐습니다. 통상적인 사회문화교류와 그를 위한 접촉은 현재 우리가 구체적으로 고려하고 있지 않습니다.
문제는 미국이 최근 식량지원 논의를 통해 북한과의 대화 통로를 넓혀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물론 한국 정부와 협조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이 대북 식량지원을 위해 독자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높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미국 내에서 대북 식량지원의 시급성과 필요성을 외치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는 것은 한국 정부 입장에선 부담스러운 것만은 틀림이 없습니다.
게다가 한국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대북 식량지원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검토를 할 때”라고 언급해 이 역시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