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처럼 생존권 보장하라”

서울-노재완 nohjw@rfa.org
2017.02.16
snk_economic_cooperation_b 16일 오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정문 앞에서 남북경협 기업인들이 집회를 열고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RFA PHOTO/ 노재완

앵커: 금강산과 평양 등 북한 내륙에 진출했던 남북경협 기업인들은 그동안 남측 정부가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개성공단 입주 기업만을 챙겼다며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16일에는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에 모여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집회를 가졌는데요.

집회 현장을 노재완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권을 즉각 보장하라! 보장하라~ 보장하라~”

16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앞. 남북경협 기업인들이 시위를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과거 북한에서 임가공과 일반교역, 금강산관광에 관여했던 사람들로 금강산관광 중단과 5.24조치로 갑작스럽게 대북사업이 중단되면서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평양에서 닭고기 요리집을 운영했던 ‘맛대로촌닭’의 최원호 사장의 말입니다.

최원호 맛대로촌닭 사장: 저는 닭 장사하는 사람입니다. 평양 개선문 앞에 닭집을 차렸다가 쪽박 찼습니다. 완전히 거지가 됐습니다. ‘평양 가서 쪽박 찼다’고 말하니까 ‘미친놈 누가 가라’고 했냐며 사람들은 비난했습니다. 이렇게 차갑게 바라보는 시선이 저의 마음을 더 아프게 했습니다.

집회를 주최한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본부’는 “지난달 농성 100일을 마감했지만 정부가 이렇다 할 보상 대책을 세우지 않아 다시 결사항전의 각오로 거리로 나왔다”고 밝혔습니다.

“개성공업지구와 마찬가지로 경영상의 이유가 아닌 남북관계 악화로 사업이 중단된 만큼 정부 차원의 보상이 있어야 한다”는 게 비상대책본부 측의 요구입니다.

신양수 금강산기업인협의회 회장: 농성장 뒤로는 천길 낭떠러지 뿐이다. 더 이상 물러설 수도 물러서지도 않을 것이다. 우리에겐 갈 곳이 없다. 오늘 우리는 다시 무기한 농성에 돌입한다.

이날 집회에는 남북경협의 재개를 바라는 청년들의 모임인 통일경제포럼도 함께했습니다. 대학생 김수현 군은 “경제 상황이 좋지 않아 취업이 어려운 현실에서 남과 북의 경제교류가 그 대안이 될 수 있다”며 남북경협 재개를 촉구했습니다.

김수현 청년학생 대표: 남북의 경제협력이 확대된다면 우리 청년들도 더 많은 꿈을 이곳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처럼 농업을 전공하고 공부한 학생은 북한과의 농업 교류를 고민할 수 있고 관광이나 에너지 등 정말 많은 분야에서 청년들이 활약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남북경협기업 생존권 보장을 위한 비상대책본부’는 오는 20일부터 매일 아침 서울 정부청사 정문 앞에 모여 집회를 벌이기로 했습니다.

유동호 남북경협 비상대책본부장: 대통령 권한대행과 통일부 장관이 출근하는 그 시간대에 맞춰 기업인들이 피켓을 들고 청사 앞으로 나갈 겁니다.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아침 6시 50분부터 8시까지 진행합니다.

1990년대 중반 남북경협 확대 속에 대북사업에 뛰어들었던 수많은 기업인들. 사업 성공을 맛보기도 전에 남북교류 중단으로 생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여 있습니다.

기업인들은 이번 집회를 통하여 남북경협기업의 생존권이 보장되고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남북관계가 회복되길 희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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