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협동농장, ‘탈곡 사기’에 연일 집단 항의


2015.12.05
nk_farmer_food 수확이 끝난 밭에서 이삭 줍기를 하는 여성. 2008년 10월 황해남도
사진제공 - 아시아프레스

북한 함경북도의 협동농장에서 탈곡한 쌀을 돌려받는 문제를 놓고 농민과 협동농장 간부 사이에 갈등이 빚어져 연일 집단 항의시위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5일 일본의 언론매체인 ‘아시아프레스’에 따르면 함경북도의 협동농장에서 가을 추수를 끝낸 농민이 농장 시설로 개인의 몫을 탈곡하는 과정에서 농장 간부가 농민의 빚을 청산한다는 이유로 맡긴 쌀 모두를 다시 돌려주지 않아 집단 항의가 발생했습니다.

농장을 방문 조사한 ‘아시아프레스’의 취재협력자는 “올해는 수확물 가운데 농민의 몫에 대해서는 집에 가져가는 것이 허용됐고 농장 간부들이 '농장 기계로 탈곡해 주겠다'며 벼를 가져갔지만, 예고도 없이 빚진 분량을 제하면서 농민들의 분노가 폭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농민들은 '탈곡 사기'라며 간부의 집에 몰려가 매일 항의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프레스’ 오사카 사무소의 이시마루 지로 대표의 설명입니다.

[Ishimaru Jiro] 당과 군․리 간부들이 농장에 무리한 요구를 많이 합니다. 그러면 농장간부들도 할 수 없이 돈을 꿔 요구에 응해야 하죠.작업반장이나 분조장들이 부담을 해야 하기 때문에 농장 자체에 빚이 있고요, 농민들도 개인이 농사를 시작하거나 보릿고개 시절에 간부들에게 꾸면서 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탈곡이 끝난 뒤에 간부들이 이것을 정산하겠다며 농민이 맡긴 벼를 정량대로 주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기면서 집단항의로까지 번졌다는 거죠.

특히 이번 항의 시위는 일주일째 계속된 데다 시위 과정에서 간부의 집에 돌까지 던지면서 현지에서는 매우 큰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또 인근 농장에서도 탈곡을 둘러싸고 비슷한 문제가 발생해 농민들의 불만이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한의 협동농장은 올해 별도의 농지를 북한 주민에게 제공하고 이곳에서 생산된 수확량의 70%를 농민이 갖고, 나머지 30%는 국가에 바치도록 했습니다.

이시마루 대표는 최근 협동농장에서 실제 경작을 담당하는 ‘분조’를 세분화하고 가족 단위에 위탁 생산하는 방식으로 운영체계가 바뀌면서 협동농장 간부의 권한이 많이 축소됐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협동농장 내 권력관계에서 변화가 생기고, 간부들의 수입이 줄어들면서 무리하게 강탈하는 사례가 발생해 농민과 간부들 간 충돌이 생긴 것으로 풀이됩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이 개인의 몫을 보장하면서 전통적인 협동농장 체제에 변화를 주는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이를 인정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농민의 사상, 권력 구조의 변화를 어디까지 허용하느냐?’도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이시마루 대표는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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