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남측 수해지원 받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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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남한의 수해지원 제의를 북한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습니다. 제안이 있은지 7일만의 답변입니다. 남북 양측은 앞으로 지원 물품과 수량, 그리고 분배검증 방식 등을 놓고 추가 협의를 하게 됩니다.

서울에서 박성우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측은 10일 조선적십자회 위원장 명의로 남측 대한적십자사 총재 앞으로 통지문을 보내 남측의 대북 수해지원 제의를 받아들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측은 지원 품목과 수량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고 한국의 통일부 당국자는 말했습니다.

북측의 이 같은 반응은 한국 정부가 지난 3일 대북 수해지원을 제의한 지 7일만에 나왔습니다.

북측이 답변하는 데 일주일이나 걸린 것은 남측의 제안을 놓고 내부적으로 갈등이 있었음을 시사한다고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추정했습니다.

남측과 미국을 상대로 '전면전'을 언급하며 강경 분위기를 유지해 온 북측 군부가 남측의 제안을 받아들이자는 의견에 동의하기는 상당히 힘들었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번 결정으로 북측 지도부의 대남 정책이 선회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장용석 선임연구원은 덧붙였습니다.

장용석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 정치적으로 남북관계를 큰 틀에서 새로 풀어보겠다는 의미가 있다기 보다는 당면한 수해 피해가 상당히 큰 것 같고, 이를 복구하기 위해 일정한 경제적 실리를 도모하기 위해 접근한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 매체는 지난달 초부터 최근까지 발생한 수해로 인해 수백 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되고 주택 1만5천여 채와 농경지 11만5천여 정보가 피해를 봤다고 보도했습니다.

특히 북측 지도부는 새로운 경제 정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물가가 치솟고 있기 때문에 시장을 안정화하는 차원에서라도 외부의 지원은 필수적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현재 남측이 고려 중인 대북 수해지원의 규모와 품목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남북 양측은 앞으로 실무 협의를 통해 지원 품목과 규모, 그리고 분배검증 방식 등을 놓고 입장 차를 좁히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지난해에도 한국 정부는 50억 원, 그러니까 미화로 4백4십만 달러 규모로 대북 수해 지원을 추진했지만 양측의 입장 차 때문에 성사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남측은 영유아용 영양식과 라면, 초코파이 등의 품목을 지원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북측은 "식량과 시멘트 등 물자와 장비를 통 크게 지원해 달라"고 요구했고, 결국 남측의 지원의사는 불발됐습니다.

북측은 이번 수해지원 의사를 받아들이면서 "작년과 같은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북측의 이 같은 발언은 앞으로 있을 남북 간 실무 협의에서 지원 품목과 규모, 그리고 분배검증 방식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합니다.

하지만 수해지원 문제가 잘 풀릴 경우, 남북은 이를 계기로 이산가족 상봉 등과 같은 인도적 문제를 협의하기 위한 당국 간 후속 대화를 하게 될 수도 있습니다.

남측의 이번 수해지원 제안이 앞으로 5개월 가량 남은 이명박 정부의 임기 안에 남북 당국 간 대화의 물꼬를 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